현대자동차가 글로벌 전기차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신시장을 개척하는 한편 '수입차 무덤'으로 불리던 일본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중국 시장도 풀어야 할 숙제다. 유독 뚫기 어려운 시장으로 통하는 만큼 현대차의 '공략법'에 관심이 쏠린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해 제네시스 전기차를 필두로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의 도약을 노린다. 전용 전기차 플랫폼 'E-GMP' 기반 판매 라인업도 재구성한다.
중국 전기차 시장은 반드시 선점해야 하는 시장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472만대)의 절반이 넘는 272만대가 중국에서 팔렸다. 작년 기준 시장 규모는 유럽보다 2배, 미국보다 5배 이상 컸다. 중국승용차협회(CPCA)는 올해 중국 전기차 시장이 550만대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봤다. 지난해의 2배 규모로 엄청난 증가폭이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입지를 탄탄히 구축한 현대차이지만 유독 중국 시장 실적은 저조하다. 지난해 현대차와 중국 베이징차의 합작법인 베이징현대의 전기차 판매 대수는 5000대를 밑돌았다. 연간 272만대 팔리는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점유율이 채 0.2%도 안 된 것이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중심의 전기차를 선보인 게 패착이란 평가다.
작년 초까지만 해도 현대차는 중저가 위주 전기차를 내세워 중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을 5%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었다. 그래서 내놓은 게 준중형급 전기 세단 미스트라(현지명 밍투) 일렉트릭이다. 가격 3400만원대로 보조금을 지원받으면 3100만원대로 구매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비야디(BYD), 상하이자동차 등 중국 토종업체들이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업고 본격적으로 합리적 가격대의 전기차를 쏟아내자 설 자리를 잃었다. 전기차 시대로 접어들면서 내연기관차 시절 확보한 기술력 우위마저 희석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중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상하이GM우링의 초소형 전기차 '홍광 미니' 가격은 500만원대로 현대차의 '가성비' 전략이 통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렇다 할 전기차 라인업이 없는 점도 중국 내 입지 약화의 원인으로 꼽힌다. 현재 판매 중인 미스트라와 라페스타 일렉트릭 모두 기존 내연기관차를 개조한 파생 전기차다. 전용 플랫폼 기반 전기차는 없는 것. 중국형 K3 전기차 외 판매 모델이 없는 기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그 사이 테슬라를 비롯해 폭스바겐, GM 등은 전용 전기차 공세를 펼치며 점유율 확보에 나섰다.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은 "중국에서 판매 중인 베이징현대의 전기차 모델은 전기차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게 아닌 내연기관차 기반 파생 모델"이라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현대차는 중국 시장 전략을 틀었다. 전용 플랫폼 기반 전기차와 고급차로 승부를 보겠다는 계획이다.
올해 현대차는 중국 시장에 제네시스 전용 전기차 GV60과 GV70 전기차를 출시한다. 내년에는 새로 개발한 현지 전략형 전기차도 선보인다. 아이오닉5는 당초 지난해 하반기 출시 예정이었으나 지연됐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공급 이슈 등 대외적인 환경 때문에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아도 올해를 중국 시장 반등의 원년으로 삼고 매년 전기차 신차를 중국 시장에 출시, 오는 2027년까지 6종의 전용 전기차 라인업을 구축할 방침이다. 당장 내년 EV6를 비롯해 중형급 전기차를 내놓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다만 이같은 전략으로도 중국 시장 공략을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중국 진출을 공식화한 뒤 일부 모델을 판매 중인 제네시스는 고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고급화 전략도 통하기 쉽진 않겠지만, 중국은 인구가 워낙 많다 보니 주요 도시에서 판매량이 어느정도 나와 주면 한국 전체 판매량에 맞먹는 수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상하이, 청두 등 주요 도시 4곳에 제네시스 브랜드 체험 공간을 구축하는 등 고객 접점을 늘리고 있다. 온라인 판매, AS(사후관리) 네트워크 강화 등을 통해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최근 투자도 강화했다. 앞서 현대차는 베이징현대에 1조2000억원의 자금을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 베이징현대 파트너사인 베이징차는 공시를 통해 "이번 증자는 자금 운영 안정성을 도모하는 가운데 자동차 산업 전동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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