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사이언스, M&A에 兆단위 쏟아붓는다

입력 2022-03-31 17:18   수정 2022-04-01 01:25

SK바이오사이언스가 조(兆)단위 자금을 인수합병(M&A) 등에 쏟아붓기로 했다. 기업공개(IPO)와 코로나19 백신 사업으로 번 실탄으로 성장 선순환 고리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독감·수두 백신 사업 정도에 머물러 있던 SK바이오사이언스가 코로나19 팬데믹을 기회 삼아 글로벌 바이오 회사로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세포·유전자 치료제 CDMO 진출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사진)은 31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2025년까지 사업 포트폴리오를 대폭 확대하겠다”고 했다. 안 사장이 밝힌 첫 번째 포트폴리오 확장 분야는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이다. 그는 “한 해 90%씩 급성장하는 세포·유전자 치료제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미 특허 기술 확보에 뛰어들었다. 안 사장은 “여러 회사와 전략적 투자, 연구개발(R&D)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조만간 결과물을 내놓겠다고 덧붙였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아데노바이러스 기반의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을 위탁생산(CMO)한 경험을 살려 아데노부속바이러스(AAV), 렌티바이러스 등 다양한 세포·유전자 치료제 플랫폼을 시도할 계획이다. 이들 모두 차세대 세포·유전자 치료제 개발 방식이다. 다양한 ‘메뉴’를 갖춰놓겠다는 것이다. 안 사장은 “궁극적으로는 세포·유전자 치료제 자체 개발도 시도하겠다”고 했다.

“mRNA 플랫폼 확보할 것”
본업인 백신 사업도 ‘양과 질’ 모두 강화한다. 우선 플랫폼 측면에서 화이자·모더나가 코로나19 백신 상용화에 활용한 메신저 리보핵산(mRNA) 기술을 확보하겠다고 했다. 자체 기술 개발보다는 속도전에 유리한 적극적인 외부 협력을 통해서다. 안 사장은 “다양한 백신 플랫폼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그중 mRNA는 논의가 상당히 진전됐다”고 했다. 2024년 말 증설이 마무리되는 경북 안동 공장(L하우스)에는 mRNA 등 세포·유전자 치료제 생산 설비를 들여놓을 계획이다.

개발이 완료된 다른 회사 백신 제품도 사들인다.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매출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코로나19 백신 사업 매출 감소가 예상되는 가운데 자체 진행 중인 폐렴구균, 자궁경부암 등 차기 백신 개발은 3~4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 안 사장은 “글로벌 백신 기업을 대상으로 M&A와 기술이전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전 세계적인 주가 하락으로 바이오 기업가치가 50~70% 떨어져 있어 M&A를 하기엔 ‘절호의 기회’라는 게 안 사장 설명이다. 중동과 동남아시아에는 현지 정부, 파트너사와 함께 합작법인(JV)을 세워 생산 거점을 확보할 계획이다.

실탄은 넉넉하다고 했다. 안 사장은 “향후 4~5년간 최대 10조원을 투자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현재 보유한 현금이 약 1조6000억원이고, 여기에 전략적 투자 유치, 사채 발행 등을 통해 추가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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