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치명률 0.12%' 공치사에 가려진 것들

입력 2022-03-31 17:20   수정 2022-04-01 00:06

수도권 요양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 A씨는 최근 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 검사에서 ‘양성’이 떴다. 원래대로라면 7일간 집에서 재택치료를 해야 하지만, A씨는 3일만 격리한 뒤 병동으로 다시 출근했다. 코로나19에 걸린 의료진이 많아지면서 ‘돌봄 공백’이 생기자 병원 측에서 ‘무증상이라면 나와서 일해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A씨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내가 못 쉬는 건 둘째치고, 몸이 약한 환자들에게 옮기면 어쩌나 싶어요. 자칫 환자에게 옮기기라도 하면 보호자들이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코로나19에 걸린 의료진이 환자를 돌보는 모습은 이제 현장에선 그리 생경한 일이 아니다. 정부는 의료진의 경우 3차 접종을 완료하고 무증상·경증이라면 격리기간을 3~5일까지 단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격리 단축 지침을 요양시설 종사자에게도 확대 적용했다. 돌봄 인력 부족으로 인한 ‘고육지책’이다.

하지만 의료계에선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코로나19 확진자가 환자를 돌보다가 ‘연쇄 감염’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오미크론 확진자는 증상 발현 후 최대 8일까지 바이러스를 배출할 수 있다. 요양병원에 있는 환자는 고령층이 대부분이라 코로나19에 걸리면 위중증, 사망 위험이 높다.

이런 우려는 현실화하고 있다. 이달 20~26일 집계된 코로나19 사망자 2516명 중 39%(973명)가 요양병원·시설에서 숨진 사람들이었다. 이재갑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요양시설 내에서 고위험군을 간병하는 종사자의 격리기간을 단축한 건 말도 안 되는 조치”라며 “집단발병이 잦은 이들 시설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낮은 치명률 자랑’에 여념이 없다. 김부겸 국무총리를 비롯한 정부 당국자들은 ‘누적 치명률 0.12%’를 근거로 “인구가 비슷한 세계 주요국과 비교할 때 소중한 국민의 희생을 10분의 1 이하로 최소화해 왔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여기에 대통령직인수위원회까지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느닷없이 ‘식당·카페 영업시간 제한 전면 폐지’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물론 ‘정점이 지나면’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현장 상황을 감안할 때 섣부르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달 초 질병관리청이 내놓은 분석에 따르면 영업시간이 1시간만 연장돼도 확진자는 10% 증가한다. 코로나19 ‘약한 고리’로 꼽히는 고위험 시설은 더 큰 위험에 놓일 수밖에 없다. 정부와 인수위 모두 위중증 환자·사망자 증가세가 ‘현재진행 중’이란 걸 간과하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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