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시장은 언제까지 ‘나 홀로 호황’을 지속할 수 있을까. 지난해 ‘이건희 컬렉션’ 감정평가에도 참여한 유력 미술 관련 단체인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가 “미술시장이 정점을 찍고 보합세로 전환했다”는 분석을 내놔 눈길을 끌고 있다.
이런 결과는 “미술시장이 ‘역대급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는 세간의 인식에 한참 못 미친다. 이유는 단순하다. 작품값이 너무 올라 살 수 있는 사람이 줄어든 탓이다. 박서보, 정상화 등 국가대표급 작가들의 작품 가격은 많이 오른 탓에 상승 여력이 없다는 게 센터의 분석이다. 그동안 시장을 주도해온 이우환 작품 역시 개인이 구입할 수 있는 가격 수준을 넘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30~40대 작가들의 작품값 상승세가 멈춘 것도 경매시장 둔화에 한몫했다. 신진 작가들은 지난해 미술 투자 광풍을 불러일으킨 주역으로 꼽힌다. 수백만원에 출품된 작품이 치열한 경합 끝에 수억원에 낙찰되는 드라마틱한 경매 과정이 2030세대를 대거 미술시장으로 끌어들였기 때문이다. 센터는 “최근 신진 작가들의 작품 중 상당수가 가격 하락세를 보이자 투자 수요도 줄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부자들이 그림을 안전 자산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회계기업인 딜로이트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자산 5000만달러(약 600억원) 이상을 보유한 부자들의 자산에서 예술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관련 전문가와 은행 관계자 등 총 38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5%가 자산 다각화 수단으로 예술품을 진지하게 고려한다고 답했다. 1년 전에 비해 무려 32%포인트나 상승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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