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외교·통상 묶어야 시너지"…새 총리 의견 듣고 최종 결정할 듯

입력 2022-03-31 17:30   수정 2022-04-01 00:57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기본적으로 외교와 통상 조직을 한곳에 모아야 시너지가 난다고 생각한다.”

윤 당선인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한 관계자는 최근 통상 조직을 둘러싼 정부 부처 간 알력 다툼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에도 이런 윤 당선인의 국정운영 철학이 반영될 것이란 설명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산업통상자원부의 통상교섭본부 조직 중 통상 기능은 외교부로 이관하고, 무역·투자 조직을 산업부에 그대로 두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기존 부처 조직과 시너지가 나는 방식으로 통상교섭본부 조직을 쪼갠다는 의미다.
통상교섭본부 쪼갠다

31일 인수위에 따르면 산업부 산하 통상교섭본부는 총 10개 국·실장급 조직으로 구성됐다. 인수위는 이 중 통상교섭본부장 직할부서와 통상교섭실장, 신통상질서전략실장 등이 관할하는 실·국은 통상교섭파트로 분류하고 있다. 이들 조직 중 상당수는 외교부로 이관될 것으로 알려졌다. 무역투자실장 산하 무역정책국과 투자정책국은 수출입 진흥 업무와 연관돼 있어 산업부에 남는 방안이 유력하다.

당초 통상 기능은 정부조직 개편 대상이 아니었다. 아직은 ‘검토 초기 단계’로 “여러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게 인수위의 공식 입장이다. 하지만 최근 인수위 내부의 긴박한 움직임을 감지한 산업부와 외교부는 잔뜩 긴장하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인수위가 “개별 부처에서 공개적인 발언이 나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공개 경고할 정도다.
통상 조직 놓고 왜 싸우나
통상 조직을 둘러싼 외교부와 산업부 간 알력은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여러 부서에 흩어져 있던 정부의 통상 조직은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세계무역기구(WTO) 출범 등으로 전문 통상 조직의 필요성이 생기면서 1994년 통상산업부로 합쳐졌다. 이후 김대중 정부에서 외교통상부로 통합됐다가 박근혜 정부에서 다시 산업통상자원부가 됐다.

인수위가 다시 산업부 조직을 수술대에 올리려는 이유는 급변하는 국제통상 질서 때문이다. 미·중 패권 경쟁과 보호무역주의 격화에 흩어져 있는 외교와 통상 조직이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핵심 원천 기술을 보유한 미국, 일본,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경제 안보’ 외교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통상 조직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논리의 근거가 됐다. 인수위 외교·안보 분과 간사를 맡고 있는 김성한 전 외교부 2차관이 이런 판단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임 총리도 변수
인수위 관계자는 통상 조직 개편과 관련, “몇 가지 변수는 남아 있다”고 했다. 조직 개편 과정에 경제계 입장이 반영될 수 있다. 경제계는 상대적으로 산업 이해도가 떨어지는 외교부가 통상 업무를 주도할 경우 산업계 입장이 충분하게 반영되지 못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최근 취임 1주년 간담회에서 “기업 입장에서 통상 문제는 굉장히 중요하다”며 “기업을 이해하는 쪽이 통상을 맡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차이라고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신임 총리의 의견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윤 당선인이 평소 “총리에게 업무 자율성과 인사권을 과감하게 위임하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가장 유력한 총리 후보인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통상산업부 차관, 경제부총리, 주미대사, 한국무역협회 회장 등 민관 통상 조직을 두루 경험했다. 전문가의 의견을 중시하는 윤 당선인이 한 전 총리의 발언에도 귀를 기울일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조직보다는 협업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경제안보는 두 부처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오히려 이 부처들을 다 총괄할 수 있도록 국가안보실에 3차장을 신설하는 등 대통령 직속 기구를 만드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좌동욱/이지훈/송영찬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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