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부인인 김정숙 여사의 ‘옷값 의혹’으로 촉발된 청와대 특수활동비 논란이 갈수록 확산하고 있다. 야권은 김 여사의 옷값 현금 지불 등의 사례까지 거론하며 특활비 사용 여부를 추궁하고 있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매일같이 브리핑, SNS, 방송 인터뷰 등을 가리지 않고 결사 방어에 나서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이를 계기로 ‘눈먼 돈’인 정부 부처 특활비를 전반적으로 손대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직후 언론 브리핑을 통해 “특활비가 공개될 경우 국가의 안보와 국익을 해하고 국정 운영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항변했다. 박 수석은 “문재인 정부는 연평균 96억5000만원의 특활비를 편성해 오고 있는데, 이는 역대 정부 최저 수준”이라며 “매년 받은 감사원 검사에서 단 한 건의 지적도 받은 바 없다”고 했다.
청와대는 김 여사의 옷값 문제에 대해 ‘총력 방어’에 나서는 모습이다. 김 여사가 직접 관련된 문제인 만큼 문 대통령의 관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박 수석의 특활비 관련 언론 브리핑이 있기 전 오전 참모회의에서 직접 문구를 보고받았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김 여사 옷값과 관련한 특활비 사용 의혹이 처음 불거졌을 당시 침묵을 지켰다. 그러다 지난 29일 신혜현 부대변인이 “김 여사 의상과 관련한 특활비 사용 등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브리핑한 것을 필두로 탁현민 의전비서관, 박 수석 등까지 나서 연일 반박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어떤 의혹 제기나 보도가 있을 때 즉각 말씀드리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지난 며칠간의 상황은 도를 넘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또 “대통령 부인 옷값과 관련한 규정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특활비를 대통령 부인 옷값에 사용했다면 기획재정부 지침 위반이 될 가능성이 높다. 기재부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은 특활비를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외교·안보, 경호 등 국정수행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로 정의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 여사 단골 디자이너의 딸이 청와대 직원으로 채용된 사실도 드러나 또 다른 논란이 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제2부속실의 행사, 의전, 관저실무 등의 직무를 수행하는 계약직 직원을 채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청와대도 특활비 제도 개선의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다. 박 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제도 개선이 더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 공감한다”고 말했다.
임도원/성상훈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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