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부인 옷값이 기밀?…'특활비 논란' 더 키운 靑의 결사방어

입력 2022-03-31 17:38   수정 2022-04-01 00:52


문재인 대통령 부인인 김정숙 여사의 ‘옷값 의혹’으로 촉발된 청와대 특수활동비 논란이 갈수록 확산하고 있다. 야권은 김 여사의 옷값 현금 지불 등의 사례까지 거론하며 특활비 사용 여부를 추궁하고 있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매일같이 브리핑, SNS, 방송 인터뷰 등을 가리지 않고 결사 방어에 나서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이를 계기로 ‘눈먼 돈’인 정부 부처 특활비를 전반적으로 손대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靑-野, 연일 날 선 ‘특활비 공방’
청와대와 야당은 31일 김 여사 옷값의 특활비 사용 의혹에 대해 날 선 공방을 벌였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퇴임을 40여 일 앞두고 벌어진 김 여사의 옷값 논란과 특활비 전용 의혹은 안타깝고 민망하다”며 “사비로 부담했다면 법원의 공개하라는 판결에 왜 불복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직후 언론 브리핑을 통해 “특활비가 공개될 경우 국가의 안보와 국익을 해하고 국정 운영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항변했다. 박 수석은 “문재인 정부는 연평균 96억5000만원의 특활비를 편성해 오고 있는데, 이는 역대 정부 최저 수준”이라며 “매년 받은 감사원 검사에서 단 한 건의 지적도 받은 바 없다”고 했다.

청와대는 김 여사의 옷값 문제에 대해 ‘총력 방어’에 나서는 모습이다. 김 여사가 직접 관련된 문제인 만큼 문 대통령의 관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박 수석의 특활비 관련 언론 브리핑이 있기 전 오전 참모회의에서 직접 문구를 보고받았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김 여사 옷값과 관련한 특활비 사용 의혹이 처음 불거졌을 당시 침묵을 지켰다. 그러다 지난 29일 신혜현 부대변인이 “김 여사 의상과 관련한 특활비 사용 등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브리핑한 것을 필두로 탁현민 의전비서관, 박 수석 등까지 나서 연일 반박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어떤 의혹 제기나 보도가 있을 때 즉각 말씀드리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지난 며칠간의 상황은 도를 넘었다”고 말했다.
영수증 첨부 안하는 ‘눈먼 돈’
청와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김 여사 옷값을 둘러싼 특활비 의혹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야권은 김 여사가 의류, 구두 등을 구입하면서 수백만원씩 현금으로 지급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특활비 사용 가능성을 더욱 의심하고 있다. 청와대는 “현금으로 지출하든, 카드 결제를 하든 모두 사비의 영역에 있는 것”이라며 특활비 사용을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특활비는 영수증 증빙이 의무화돼 있지 않기 때문에 옷값에 쓴 뒤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고 주장해도 확인하기가 어렵다.

청와대는 또 “대통령 부인 옷값과 관련한 규정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특활비를 대통령 부인 옷값에 사용했다면 기획재정부 지침 위반이 될 가능성이 높다. 기재부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은 특활비를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외교·안보, 경호 등 국정수행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로 정의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 여사 단골 디자이너의 딸이 청와대 직원으로 채용된 사실도 드러나 또 다른 논란이 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제2부속실의 행사, 의전, 관저실무 등의 직무를 수행하는 계약직 직원을 채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靑도 특활비 개선 필요성은 인정
시민단체들은 이번 기회에 특활비 전반의 문제를 손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납세자연맹은 2015년부터 특활비 폐지 운동을 벌이고 있다. 김선택 납세자연맹 회장은 “특활비는 세금 횡령을 해도 처벌하지 않겠다는 특권을 주는 예산”이라며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캐나다와 노르웨이의 경우 영수증을 첨부하지 않는 특활비를 운용하지 않는다는 게 납세자연맹의 설명이다. 청와대에 따르면 정부 부처 특활비는 올해 총 2396억원이 편성됐다.

청와대도 특활비 제도 개선의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다. 박 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제도 개선이 더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 공감한다”고 말했다.

임도원/성상훈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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