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 울린 전미도의 편지…긴 여운 남긴 '서른, 아홉'

입력 2022-04-01 10:04   수정 2022-04-01 10:05


손예진과 전미도, 김지현의 찬란하고 아름다웠던 서른아홉 살의 기록이 마침표를 찍었다.

지난 3월 31일 방송된 JTBC 수목드라마 ‘서른, 아홉’ 최종회 시청률은 8.9%(닐슨코리아 수도권 유료 가구 기준)로,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이날 최종회에서는 사랑하는 이들의 보살핌 속에 행복한 추억만 안고 떠나간 정찬영(전미도 분)과 씩씩하게 살아가는 남은 이들의 모습을 비추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먼저 고통에 몸부림치는 정찬영의 모습이 시작부터 가슴을 덜컥 내려앉게 했다. 하루가 다르게 야위어 가는 만큼 병세는 더욱 악화됐고 이제는 모두가 의연하게 버티기 힘든 시간에 접어들었다. 죽음이 현실로 다가오자 정찬영은 부고 리스트를 차미조(손예진 분)에게 건네줬다. 또 다시 차미조의 가슴이 미어졌다.

그러던 중 브런치 카페에 온 정찬영은 반가운 옛 친구를 발견하고는 이내 이곳에 있는 이들이 모두 아는 사람임을 깨달았다. 바로 자신이 준 부고 리스트를 차미조와 장주희(김지현 분)가 브런치 리스트로 만들어 모두를 불러 모았기 때문. 밥 한 번 먹자고 하면 밥 먹고 싶은 정찬영의 사람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 덕분에 마지막 인사를 전하게 된 정찬영은 말로 다 할 수 없는 감사함을 ‘충분한 삶이었다’라는 말로 전한 뒤 봄날, 먼 곳으로 떠났다.

정찬영이 떠난 후 차미조와 장주희는 ‘찬영이 부모님 생일에 양평 가기’, ‘건강검진 챙기기’, ‘2주에 한 번 김진석(이무생 분)과 삼겹살에 소주 먹기’ 등 정찬영과 한 약속들을 수행하며 마흔을 지냈다. 여전히 정찬영의 부재가 익숙하진 않지만 그녀가 남긴 몫을 채우며 허전함을 대신했다.

어느덧 모두가 기다려온 정찬영의 영화도 개봉됐지만 차미조는 선뜻 영화를 볼 결심이 서지 않았다. 개봉하면 별점을 주기로 했는데, 유독 이 약속만큼은 망설여졌다. 이런 그녀에게 장주희는 예전 정찬영이 부탁했던 선물을 전했다. 카드에 쓰인 글씨체만 봐도 정찬영이 보낸 것임을 안 차미조는 뛰는 가슴을 부여잡고 그녀가 남긴 영상 편지를 열었다.

영상 속 정찬영의 편지에는 고척역에서 처음 만난 열여덟 차미조를 회상하며, 마흔 살의 안부, 특별한 장례식에 대한 고마움, 먼저 떠난 미안함과 아쉬움 등 애틋함이 가득 묻어났다. 이어 “나한테 너는 있잖아... 아주아주 친밀하고 아주아주 소중해. 그러니까 나도 너를 친애한다는 말이야”라며 못다 한 이야기를 전했다. 눈물이 범벅된 얼굴로 웃고 있는 정찬영과 펑펑 우는 차미조의 모습이 시리고도 아름답게 펼쳐졌다.

차미조는 생각보다 잘 지내고 있는 마흔의 삶을 담담하게 전하며 “몇 살쯤 되면 너의 부재에 익숙해질까? 그런 날은 오지 않을 것 같아. 셋이었던 우리가 둘이 되어서 너를 그리워해. 찬영아, 많이 보고 싶어”라며 편지의 답장을 끝맺었다. 정찬영이 쉬고 있는 납골당을 도란도란 걸어가는 남은 두 친구, 차미조와 장주희의 아련한 뒷모습을 끝으로 막이 내렸다.

마흔을 코앞에 둔 세 친구의 우정과 사랑,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다루는 ‘서른, 아홉’은 시한부가 된 친구의 죽음을 앞두고 비로소 삶에 충실해지는 세 친구를 그리며 2022년 JTBC 드라마의 성공적인 시작을 알렸다.

특히 ‘신나는 시한부’, ‘버킷리스트’라는 소재를 통해 여타의 드라마들과 다른 결의 감동을 선사, 세 친구의 우정 행보를 끝까지 응원하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버킷리스트를 통해 고대하던 소망을 이루면서도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는 삶의 아이러니함과 그 속에서 부딪쳐야 하는 고단함까지, 어느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우리의 인생을 반영해 현실 공감을 더했다.

뿐만 아니라 실감나는 호흡을 보여준 배우 손예진(차미조 역), 전미도(정찬영 역), 김지현(장주희 역)의 탁월한 연기를 비롯해 연우진(김선우 분), 이무생(김진석 역), 이태환(박현준 역) 등 캐릭터에 온전히 젖어 든 배우들의 열정이 감동을 배가, 매회 명장면이 탄생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이처럼 JTBC 수목드라마 ‘서른, 아홉’은 혼심의 힘을 다한 배우들의 명연기와 가슴을 파고드는 스토리, 이를 아름답게 구현한 연출까지 완벽한 앙상블을 이루며 2개월간 시청자들을 울고 웃게 했다. 이토록 친애하는 줄 미처 몰랐던 세 친구의 아름다운 서른아홉 시절의 이야기 ‘서른, 아홉’은 시청자들 가슴 속에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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