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에서 한해 퇴직자 수가 3년새 20% 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4급 이상 고위 공직자 뿐 아니라 5급 이하의 허리급 인력들도 줄줄이 이탈하고 있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의 고질적인 인사 적체 문제와 암호화폐(코인)·핀테크 호황이 겹치면서 고위 공직자의 길 대신 민간 영역으로 돌아서는 인원이 매년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1일 금융위·금감원이 윤주경 국민의 힘 의원실에 제출한 2018년~2022년 현재 퇴직 인력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해 두 곳의 퇴직자 수는 93명을 기록했다. 2018년 70명에서 2019년(81명), 2020년(91명)에 이어 또 다시 증가한 추세다. 3년새 20% 가량 늘어난 셈이다. 올해는 2월까지 이미 17명이 퇴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주로 금감원에서의 퇴직이 많았다. 지난해 금감원에서 78명이 떠났고 금융위에서 15명이 퇴사했다. 2020년에는 각각 75명과 16명이, 올해는 15명, 2명씩 회사를 떠났다. 정년 퇴직자를 제외하고 본인 의지로 민간 영역 등으로 이직하는 사례가 크게 늘어났다는 게 금융권 얘기다. 특히 고위 공직자 취업 심사를 받지 않는 5급 이하 인력이 퇴사하는 사례가 증가했다.
금감원에서 5급 직원 퇴직자는 2018년 2명에 그쳤으나 2019년(6명) 2020년(4명) 2021년(4명) 등 증가 추세다. 금융위에서는 2018년엔 5~7급에서 퇴직한 사례가 전무했다. 그러나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이후에는 5,7급에 매년 2~3명씩 퇴사자가 발생했다.
실제 금융당국에서는 코인·핀테크 등 신생 금융권이나 대기업·로펌 등 조건 좋은 민간 회사로 이직하는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는 설명이다. 올해는 전자금융거래법 등을 담당해 왔던 금융위 A과장이 김앤장법률사무소로 이직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에는 금융위 금융산업국 소속 사무관이 코인 거래소인 빗썸에 취업했다. 또 금감원 핀테크 현장자문단 소속 부국장이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로 자리를 옮겼고, 금감원 자본시장국장 출신 인사가 코인 발행사인 피카프로젝트로 이직하기도 했다.
금융권에서는 당분간 금융당국의 ‘인력 엑소더스’가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암호화폐·핀테크 업계의 인력 수요가 상당한 데다, 스톡옵션 등 더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인사 적체와 폐쇄적인 조직 문화 등도 배경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 금융위 직원은 “열심히 일해도 높은 자리에 가기가 쉽지 않고, 대학이나 전공 등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진작부터 '성골·진골'이 나뉜다”며 “금융당국을 '신의 직장'이라고 부르거나, 고위 공무원이라는 사명감과 명예만으로도 일하던 것도 옛말”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과도한 고위공직자 취업 심사 규정 등이 젊은 직원의 이탈을 더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직급의 인플레이션이 심해 나이가 젊은데도 이직시 취업 제한을 받는 경우가 많다"며 "더 기다렸다가 승진도 못한 채 고위공직자 취업 심사 대상이 되느니 미리 조건 좋은 곳으로 옮기려는 직원도 상당한 것 같다"고 전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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