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랑과 상실에 대한 감동적인 회고록’을 쓴 에이미 블룸은 미국도서상 후보에 오를 만큼 주목할 만한 소설을 쓰는 베스트셀러 작가다. 2007년 인생의 황혼에 만나 결혼한 지 10년도 채 되지 않은 2016년 말, 에이미는 남편 브라이언에게 뭔가 이상한 변화가 나타나는 것을 느꼈다. 브라이언은 무언가에 쫓기듯 강박 증세를 보이는가 하면 가까웠던 친구와의 만남도 꺼리기 시작했다. 현재에 집중하지 못하고 주로 과거에 관한 이야기를 자주 했다. 부부가 함께 즐기던 산책이나 대화도 멈추고 말았다.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하고 나서야 남편에게 나타난 변화가 단순한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브라이언에게 내려진 진단은 알츠하이머였다. 브라이언은 기억이 사라지면서 찾아오는 예기치 않은 상황들을 참아낼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앞으로 예고된 끔찍스러운 이별의 과정을 견딜 수 없었던 그는 용감하고 단호한 결정을 한다. 여러 장애물을 거쳐 마침내 방법을 찾은 부부는 미국을 떠나 스위스 취리히로 죽음을 향한 여행을 떠난다.
《인 러브》는 스위스 취리히로 여행을 떠나는 부부의 설렘 가득한 2020년 1월 26일의 장면으로 시작한다. 뉴욕 존F케네디국제공항 4번 터미널에 있는 레스토랑에 앉아 새우 요리를 주문하며 혹시나 식중독에 걸려서 비행기를 타지 못하면 어떻게 할지 걱정하는 장면은 너무 슬픈 코미디처럼 느껴진다. 이 책은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남편을 위해 취리히 인근에 있는 안락사 지원단체 디그니타스를 찾아가 숨을 거두기까지의 과정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디그니타스는 죽을 권리를 호소하는 환자를 위해 조력 자살을 제공하는 스위스 단체로, 의사가 작성한 진료 기록과 몇 가지 서류를 심사한 뒤 조력 자살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해준다.
브라이언은 몇 가지 확인 과정을 거치고 치사 약물을 처방받은 뒤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마지막 순간을 아내와 함께하고 자기 몸에 약물을 주입했다. 에이미는 자신의 손을 붙잡은 채 아무런 고통 없이 서서히 숨이 끊어져 가는 남편을 끌어안고 참담한 심정을 가누지 못했다. 그때가 2020년 1월 30일이었다. 에이미는 죽음을 향해 다가가는 매 순간을 사랑을 확인하는 시간으로 채워나가며 시종일관 담담하면서도 유머러스한 문장으로 그려냈다. 오프라 윈프리는 이 책을 ‘2022년 가장 기대되는 책 중 한 권’이라고 평가했고, 알랭 드 보통은 ‘인생의 동반자를 깊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아름답고 중요한 책’이라고 극찬했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