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정부에 따르면 산업부는 지난 2월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해 본인의 1년 연임안을 통과시킨 정 사장에 대해 청와대에 인사 제청을 하지 않기로 했다. 산업부 산하 공기업·공공기관 사장은 주총을 거친 뒤 산업부 장관의 제청을 거쳐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재가하는 절차를 밟는다.
정 사장은 탈원전 정책에 반대하던 전임 이관섭 사장이 임기를 1년10개월 남겨두고 2018년 1월 사임하자 그해 4월 취임했다. 지난해 3년 임기를 마치고 1년 연임에 성공했고 그 임기가 오는 4일 끝난다. 이번 산업부 방침으로 정 사장의 1년 추가 연임 시도는 무산될 전망이다. 단, 정 사장은 원칙적으로 후임 사장이 임명될 때까지는 자리를 지킬 수 있다. 그는 월성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으로 검찰에 기소된 상태다.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기소 중인 공공기관 임직원은 임의사직이 금지된다.
정 사장의 연임 시도가 논란이 된 것은 그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탈원전 정책의 선봉에 섰던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정 사장은 국내 원전업계가 탈원전 관련 조직 범죄로까지 일컫는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사건에 연루돼 있다. 제대로 된 공론화 절차 없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강행하는 과정에서 배임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돼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그런 그가 탈원전 백지화를 공약으로 내건 윤석열 당선인과 정책 보조를 맞추기는 무리라는 평가가 많았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탈원전에 앞장섰던 인사가 한수원 수장 자리를 계속 지키는 것은 새 정부의 정책 추진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며 “탈원전 정책을 완전히 뜯어고칠 수 있는 새로운 인물이 선임되는 게 상식적”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과 한수원 노조도 정 사장의 1년 재연임 방안에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전생태계를 망쳤던 자와 그 망가진 원전생태계를 복원하려는 새 정부가 한배를 탈 수는 없다”며 정 사장의 즉각적인 사퇴를 촉구했다.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도 “새 정부는 탈원전 폐기로 원전을 복구하겠다는 것”이라며 “그와 정반대되는 정치적 행위를 한 사람을 유임시킨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한수원 새울1발전소 노조는 정 사장을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강창호 한수원 새울1발전소 노조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나라처럼 전력시장이 고립된 국가에서는 원전 계속운전을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게 공기업의 도덕적·사회적 책무”라며 “월성 1호기를 생매장하고 4개 원전을 시한부로 만든 정 사장을 배임 혐의로 대전지방검찰청에 고발한다”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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