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은행산업 관련 공약인 ‘예대금리차(예금과 대출 간 금리 차) 공시제’가 조만간 도입될 전망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금융당국은 은행별 예대금리차를 주기적으로 공개해 은행 간 경쟁을 촉진하고, 소비자 편익을 늘리겠다는 취지로 이 제도를 추진 중이다.
반면 은행들은 과도한 시장 개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금융소비자에게 예대금리차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고 오히려 중·저신용자 대출을 위축시키는 부작용이 적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예대금리차 주기적 공시제는 윤 당선인이 “과도한 금리 격차를 해소하겠다”며 대선 과정에서 공약했다. 나아가 필요할 경우 가산금리 적절성을 검토하고 담합 요소를 점검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금리 인상기를 맞아 은행이 대출금리는 빠르게 인상하고 예금금리는 ‘찔끔’ 올려 과도한 마진을 챙기고 있으니 이를 해소해야 한다는 논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잔액 기준 예대금리차는 1.80%포인트, 신규 취급액은 2.24%포인트로 각각 9년, 2년6개월여 만에 최대였다.
지금도 금융소비자는 각 은행이 공개하는 분기별 사업보고서나 은행연합회·금감원에서 매달 공개하는 각 은행 신용등급별 평균·기준·가산금리 공시를 통해 예대금리차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게 인수위의 시각이다. 금융소비자가 구체적인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줄 세워서’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은행 통계표의 기초 자료인 신규 취급액 기준 여·수신 가중 평균금리를 토대로 은행별, 월별로 공개하는 방식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의 예대금리차 확대는 대출 총량규제의 영향이 가장 크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초저금리 국면에서 금융소비자가 극단적으로 변동금리를 선호한 결과란 분석도 있다.
‘예대금리차가 작은 은행이 무조건 좋은 은행’이란 인식은 위험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저신용자를 위한 중금리 대출을 많이 취급하거나 저원가성 요구불예금 비중이 높으면 예대금리차는 커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고신용자 대출을 많이 다루거나 가계대출에 비해 금리가 낮은 기업대출을 많이 취급하면 예대금리차는 줄어든다.
이런 예대금리차 특성 때문에 설령 공시제의 효과가 나타나더라도 은행 간 건전한 경쟁을 저해할 수 있고, 중·저신용자만 피해를 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김은갑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은행이 평균 대출금리를 낮추려고 고신용자 신용대출을 주로 취급하면 대출 수요자 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했다.
김대훈/빈난새/박진우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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