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국 브리스톨대 연구진은 생물학적 나이가 대장암 발생 위험과 연관이 크다는 것을 밝혔다. 연구진은 ‘그림에이지(GrimAge)’라고 불리는 생체 나이 측정 모델을 이용해 총 3만4710건의 유전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이라이프’ 3월 29일자에 발표했다.
그 결과 신체 나이보다 생물학적 나이가 많은 ‘가속화한 후성적 노화’는 유방암, 폐암, 난소암, 전립샘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주요한 인자였다. 특히 대장암은 실제 나이보다 생물학적 나이가 한 살 더 많아질 때마다 발생 위험이 12%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장암 중에서도 직장암에 비해 결장암의 위험이 더 큰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가속화한 후성적 노화가 질병을 유발한다는 연구는 많이 있었다. 하지만 노화가 질병을 유발하는 것인지, 혹은 질병이 노화를 유발하는 것인지 정확히 알 수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 즉 가속화한 후성적 노화와 질병 사이에 명확한 인과관계를 밝히기가 어려웠다.
연구진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멘델식 무작위 배정 방식을 이용했다. 멘델식 무작위 배정 방식은 결과값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많고 통제가 어려운 경우, 유전자 변이를 통해 인과관계를 명확히 하는 연구 방식이다. 이 연구에서는 후성적 노화와 연관이 있다고 알려진 유전자 변이를 많이 가진 군과 그렇지 않은 군을 나눈 뒤, 두 집단에서 암 발생률을 비교 분석했다.
레베카 리치먼드 브리스톨대 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암 치료에 접근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추가 연구를 통해 생활방식이나 질병 치료에 의해 생물학적 나이에 변화가 생길 수 있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 암 외에도 질병과 생물학적 나이의 연관성을 분석하는 연구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UCSF) 연구진이 주요 우울장애(MDD)에 걸린 환자는 생물학적 나이가 많고, 조기 사망률도 높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중개정신의학회지’에 발표했다. 주요 우울장애는 일반적으로 우울증이라고 부르는 증상으로, 양극성 장애와는 다르게 계속해서 우울한 감정을 느끼는 기분장애다.
연구진은 주요 우울장애가 있는 49명의 환자와 그렇지 않은 성인 60명의 유전자에서 생물학적 나이를 조사했다. 그 결과 주요 우울장애가 있는 환자는 실제 나이보다 생물학적 나이가 평균 두 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지원 기자 jwchoi@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