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모나미에 따르면 송 명예회장은 이날 오후 12시30분께 숙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1928년 전북 완주 출생인 송 명예회장은 서울대 상학과를 졸업하고 1960년 회화용품 제조업체 광신화학공업을 설립했다. 모나미 물감과 왕자파스에 이어 필기구의 심 끝에 금속 구를 단 볼펜을 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등 혁신적인 필기구를 잇달아 선보였다.
최초의 국산 볼펜인 ‘모나미 153’은 반세기 넘게 40억 자루 이상 판매된 송 명예회장의 대표 작품이다. 그는 1962년 5월 서울에서 열린 국제산업박람회에서 전자계산기를 전시하러 온 일본 회사 직원이 볼펜을 사용하는 것을 보고 편리함에 감탄해 볼펜 개발에 뛰어들었다. 잉크의 점도를 최적화하고, 팁(볼펜 앞쪽의 뾰족한 부분)과 금속을 정밀하게 가공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등 꼬박 1년을 연구개발에 매달린 끝에 1963년 5월 1일 ‘모나미 153’을 처음 선보였다.
모나미는 ‘내 친구’를 의미하는 프랑스어 ‘mon ami’에서 유래했다. 만년필이 주류였던 당시 문구 시장에 잉크가 필요 없고 가격 부담이 적은 볼펜의 등장은 ‘필기구 혁명’으로 불릴 만큼 파급력이 강했다. 회사보다 제품명이 더 유명해진 덕에 1974년엔 아예 사명을 모나미로 바꿨다. 검은색과 흰색이 조합된 육각형 모양의 모나미 153은 회사의 상징이자 사무용품의 대명사가 됐다. 송 명예회장의 도전 정신은 이후 매직, 프러스펜, 네임펜 등 혁신적인 필기구 제품 개발로 이어졌다. 모두 모나미가 최초로 개발했지만 고유명사처럼 쓰이는 이름이다. 자연스레 송 명예회장에겐 ‘문구업계의 대부’라는 호칭이 따라붙었다.
송 명예회장은 1997년 모나미의 경영권을 장남인 송하경 회장에게 물려줬다. 모나미는 송 명예회장의 도전 정신을 이어받아 적극적으로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화장품 사업 진출을 추진하는 게 대표적이다. 60여 년간 축적한 염료 배합 노하우를 활용해 색조 화장품 시장에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유족으로는 송 회장, 송하철 모나미 부회장, 송하윤 모나미 사장이 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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