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 3m, 세로 2m에 달하는 화폭에 휴양지의 풍경이 그려져 있다. 프랑스 파리 인근의 그랑드자트 섬에서 한가로이 휴일 오후를 보내는 19세기 파리지앵들의 모습이다. 점으로 된 형상들은 명확하지 않고, 인물들은 마치 마네킹처럼 움직임도, 표정도 없다.
하지만 산산이 흩어지는 한낮의 햇살은 유화물감으로 그렸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생생하다. 점묘법의 창시자 조르주 쇠라(1859~1891)가 2년에 걸쳐 완성한 대표작 ‘그랑드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다.
쇠라는 사물이 단색이 아니라 여러 색채의 대비를 통해 모습을 드러낸다고 믿었다. 이런 생각을 작품으로 구현하기 위해 그는 쌀알 크기의 색점을 수없이 찍어 다양한 색채와 빛, 형태를 만들어냈다. 사각형의 원색 점(화소)을 모아 대상을 표현하는 디지털 이미지 표현법을 예견한 듯한 방식이다.
쇠라는 기법뿐 아니라 재료에서도 실험을 거듭했다. 아연에서 노란색을 추출한 물감으로 풀밭 위에 부서지는 태양 빛을 강렬하게 표현한 게 대표적이다. 그가 이 작품에 들인 공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는 남아 있는 드로잉과 색채 습작이 60점을 넘는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