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판 돈' 말고 땅을 증여하세요…최소 수천만원 아낍니다

입력 2022-04-03 17:22   수정 2022-04-11 15:14


땅이나 주택, 상가를 매각한 뒤 매각 대금을 복수의 자녀나 친지에게 나눠주는 사례가 종종 있다. 대상이 한 명이라면 부동산을 그대로 증여하는 방법도 생각하겠지만 증여 대상이 많으면 절차가 번거롭다 보니 일단 매각하고 현금 증여를 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부동산 시세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와 증여에 따른 증여세가 이중으로 부과된다. 증여 대상이 확정된 경우라면 매각 전에 지분을 나눠 증여하는 것이 유리하다.
양도세 아끼려면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이 집필한 《당신에게 필요한 부동산 절세법》에서는 부동산을 복수의 자녀 및 친지에게 증여하는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절세 수단에 대해 상세히 서술했다.

부동산을 매각해 현금을 증여하는 것보다 부동산 지분을 증여해 각자 매각하도록 하는 것이 유리한 첫 번째 이유는 양도세를 아낄 수 있어서다. 부동산을 증여하면 증여평가액이 피증여자의 부동산 양도가액이 된다. 1억원에 매입한 부동산을 2억원에 증여하면, 증여받는 쪽은 2억원에 매입한 것과 같은 효과를 본다는 의미다. 해당 부동산을 2억원에 재매각할 경우 매입액과 매각액이 같아 양도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부동산 증여 없이 먼저 팔아 증여할 경우 매입액과 매각액의 차액인 1억원에 대한 양도세와 증여액 2억원에 대한 증여세를 부담해야 한다.

다만 증여 후 5년 이내에 자녀가 해당 부동산을 매각하면 이 같은 절세 효과를 거둘 수 없다. 이월과세 규정이 적용돼 자녀에게 증여할 때의 시점이 아닌, 부모가 처음 부동산을 매입할 때를 기준으로 취득가액이 산정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도세 세율 자체는 낮출 수도 있다. 주택과 토지 등 대부분의 부동산은 양도차액이 클수록 양도세율도 높아지는 누진세 구조를 갖고 있어서다. 예를 들어 양도차액이 6억원인 비사업용 토지라면 양도세율은 52%에 이르지만, 이를 두 명의 자녀에게 증여한 뒤 매각하면 양도차액이 3억원으로 줄어들며 세율도 48%로 낮아진다.
증여 대상 따라 수천만원 절세
3억원에 매입한 상가건물을 10년간 보유한 뒤 6억원에 매도한다고 가정해보자. 우선 첫 번째는 상가를 팔고 바로 3억원씩을 두 자녀에게 증여하는 경우다. 이때 양도차익 3억원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는 6000만원, 양도세율은 38%가 적용된다. 이에 따른 양도세는 7793만5000원으로, 양도세를 제한 나머지 금액을 두 자녀에게 증여하면 6441만3000원의 증여세가 부과된다. 전체 세 부담은 1억4234만8000원이다.

하지만 자녀에게 먼저 증여한 뒤 부동산을 매각하면 세 부담은 1억2366만원으로 2000만원가량 줄어든다. 부동산 지분을 증여받는 데 따른 증여세는 두 자녀 합쳐 8000만원으로 현금을 받을 때보다 많지만, 양도세 부담이 크게 줄기 때문이다. 장기보유특별공제가 2200만원씩 적용되는 가운데 세율이 24%까지 떨어지며 양도세는 3366만원으로 줄어든다. 현금으로 받을 때 부담하지 않았던 취득세 1000만원을 더하더라도 절세 효과가 크다.

자녀가 아닌, 친인척에게 같은 방식으로 증여하면 세 부담을 더 크게 줄일 수 있다. 증여세 공제는 줄어들지만 양도세를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똑같은 상가주택을 친인척에게 증여한 뒤 매각하면 전체 세 부담은 1억2700만원이다. 하지만 매각 후 현금을 나눠주면 1억7155만4500원을 세금으로 내야 해 부담이 4000만원 이상 불어난다.

김윤정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세무사는 “같은 금액을 증여한다면 양도세 부담이 있는 자녀보다 친인척에게 증여하는 것이 절세 효과가 크다”며 “사위나 며느리에게도 일정 금액을 분산 증여하는 것이 절세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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