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종남 인간개발연구원(HDI) 회장(사진)에겐 많은 직함이 따라다닌다. 재정경제원(현 기획재정부)과 청와대 산업정책·건설교통 수석비서관, 통계청장을 거친 정통 관료다. 1955년 한국이 국제통화기금(IMF)에 가입한 지 49년 만에 배출한 첫 상임이사도 그였다. 공직 은퇴 후엔 ‘멘토’라는 이름으로 더욱 자주 불린다. 서울대 과학기술최고과정 명예 주임교수로 15년간 활동하면서 수많은 리더를 멘토링했고, 개인적으로도 스타트업 대표들의 고민을 상담했다.
그는 지난달 초 ‘조찬 강연 모임’으로 잘 알려진 HDI의 회장직을 새롭게 맡았다. 지난 1일 기자와 만난 오 회장은 “인재·인간 개발은 단순히 지식을 전파하는 것 그 이상”이라며 “오랜 역사를 지닌 HDI를 중흥시켜 보겠다는 목표로 회장직을 맡았다”고 했다.
HDI는 1975년 한국 최초의 조찬 공부 모임으로 시작한 단체다. ‘최고경영자(CEO)들이 공부하는 모임’으로는 47년을 이어온 최장수 단체다. 오 회장은 “10여 년 전 설립자인 고(故) 장만기 회장을 만나면서 이 모임과 인연을 맺었다”며 “HDI도 제가 경제개발연구원(KDI)과 서로 짝을 맞출 수 있게 해보자고 제안해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그가 추구하는 ‘인간 개발’이란 무엇일까. 오 회장은 “지식 전파와 함께 사람의 인성까지 함양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말로만 좋은 지식을 전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실천하는 데까지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오 회장은 “‘이순신 전문가’로 소문난 윤동한 한국콜마그룹 회장과 함께 ‘이순신 리더십’을 주제로 공부한 적이 있는데 가르침을 실천하고 또 주변 분들에게 열심히 전파하는 모습에 큰 감명을 받았다”며 “이런 것이 지식을 전파하고 실천하는 모범적인 자세”라고 했다.
오 회장은 “‘배워서 남 주는 것’만큼 남는 일이 없다”며 지식 나눔을 강조했다. 무형자산인 지식과 지혜는 나눌수록 사회 전체에 득이 된다는 얘기다. 이런 모토에 맞춰 그는 서울대 동문인 권오현 전 삼성전자 부회장과 함께 수년 전부터 스타트업 CEO를 대상으로 멘토링을 하고 있다.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희망스튜디오 이사장이 세운 창업재단인 오렌지플래닛에서도 권 전 부회장과 오 회장은 각각 이사장, 이사로 참여 중이다.
“젊은 나이에 성공한 CEO일수록 갖고 있는 고민이 큽니다. 회사 내에서 누구에게 터놓고 말하기도 어렵지요. 그럴수록 밥 한 끼 함께하면서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인생 선배가 필요한 법이에요. 저와 권 전 부회장이 ‘건강이 되는 데까지 해보자’고 의기투합해 시작했지만 무척 보람찹니다.” 오 회장은 “앞으로 젊은 회원을 모을 수 있도록 ‘인생의 롤모델’이 될 수 있는 조찬 강연자를 섭외하겠다”며 “HDI가 50주년을 맞는 3년 뒤까지 회장으로서 최선을 다할 각오”라고 말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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