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원회가 오는 5일 1차 전원회의를 열어 2023년도에 적용할 최저임금 논의를 시작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해 국민의힘 당내 경선 때 “지역별, 업종별 차등적용에 대한 전향적 검토가 시작돼야 한다”고 밝힌 만큼 올해 논의에서 최저임금의 지역별·업종별 차등적용이 현실화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경영계의 숙원이지만 노동계는 강력 반대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5년간 40% 넘게 오른 최저임금이 이번엔 얼마나 오를지, 최저임금 결정의 키를 쥔 공익위원(9명) 교체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최저임금위는 고용노동부 장관의 심의 요청 90일 내에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해야 한다. 안경덕 고용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최저임금위에 심의를 요청했다. 통상 최저임금위는 4월 초 첫 회의를 열고 이후 실태·자료조사 결과를 공유한 뒤 6월 중순에나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한다. 하지만 올해는 예년과 달리 1차 전원회의부터 경영계와 노동계 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5월 10일 취임하는 윤 당선인이 대선 경선 때 최저임금제도 개편 필요성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은 지난해 8월 자영업 비상대책위원회와의 간담회에서 “자영업이 무너지면 우리 가정 경제가 중병을 앓게 된다”며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지역별, 업종별 차등적용에 대한 전향적인 검토가 이제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몇 년 새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른 데다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숙박·음식점업 등 영세 자영업자의 부담이 가중됨에 따라 이들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취지였다.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적용은 현행법으로도 가능하다. 최저임금법 제4조는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해 (최저임금을)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정부는 최저임금제도 도입 첫해인 1988년 경공업과 중공업을 구분해 업종별 차등적용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에는 객관적 기준 산출이 어렵다는 점과 저임금 업종에 대한 낙인효과 등을 이유로 차등적용하지 않았다. 지역별 차등적용은 법적 근거가 없다. 이 때문에 지역별 차등적용을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실제로는 어떤 형태의 최저임금 차등적용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최근 몇 년간 경영계의 숱한 요구에도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위한 실태조사조차 진행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위 공익위원을 지낸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최저임금 차등적용 요구에 정부는 기본적으로 실태 파악과 기준 설정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라면서도 그 흔한 연구용역 한 번 발주한 적이 없다”며 “사실상 차등적용 문제는 검토 대상도 아니었던 것”이라고 했다.
최저임금 인상률도 관심사다. 경영계는 급격한 인상에 반대하고 있다. 예년에는 초기 논의 때 대부분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했다. 반면 노동계는 지난해 4.0%에 달한 경제성장률과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한국은행 3.1%)을 근거로 고율 인상을 벼르고 있다.
문재인 정부 5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은 41.6%였다. 2018년 16.4%, 2019년 10.9%로 초반 2년간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렸지만 저소득층 일자리 감소, 자영업자 경영난 악화 등 역풍이 불자 이후 2020년 2.9%, 2021년 1.5%로 속도를 늦췄고 올해는 5.1% 올렸다. 5년간 연평균 7.2%로 박근혜 정부 4년간 연평균 인상률 7.4%보다 낮다.
최저임금 인상률의 ‘열쇠’를 쥐고 있는 공익위원 교체 여부도 주목된다. 최저임금위는 경영계와 노동계, 공익위원 9명씩 총 27명으로 구성된다. 노사가 팽팽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결국 공익위원들이 최저임금 인상폭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최저임금위 관계자는 “현재 공익위원 대부분은 지난해 5월 새로 3년 임기를 보장받은 사람들”이라며 “인상률을 컨트롤하기 위한 인위적인 공익위원 교체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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