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무원이 '두부 종주국' 중국에서 세계 최대 두부공장 가동에 들어갔다. 2010년 중국에 진출한 풀무원은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코로나19 등 숱한 악재를 뚫고 10년 만인 2010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중국인 소비 패턴 변화에 맞춘 전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달 31일 찾은 베이징 핑구구의 풀무원 중국공장엔 2010년부터 운영 중인 1공장과 최근 준공한 2공장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풀무원은 2020년 말부터 1년 3개월 동안 300억원을 투자해 연면적 1만2146㎡ 규모에 전자동 시스템을 갖춘 2공장을 세웠다.
2공장 건설로 풀무원 중국법인의 두부 생산량은 시간당 6000모, 1년 6000만모 이상으로 늘어났다. 한국 내 전체 생산량은 연간 1억모가 넘지만, 설비들이 전국에 흩어져 있다. 단일 공장 기준 생산량은 중국법인이 세계 최대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유통이 까다로운 두부는 소비 지역 근처에 소규모 공장을 짓는 게 일반적이다. 풀무원은 첨단 공법과 엄격한 관리로 5일 안팎이던 두부 유통기간을 한 달로 늘렸다. 베이징 공장 한 곳에서 전국에 두부를 공급하고 있다.
대형화 효과는 벌써 나타나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 코로나19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하면서 '경제수도' 상하이시가 지난달 28일부터 단계적 봉쇄에 들어갔다. 주요 고객사인 유통업체 허마센성은 상하이에 공급할 두부 20만모를 풀무원에 발주했다. 상하이시 주민 2600만명이 사흘 동안 먹을 수 있는 대규모 주문이다. 대형 설비와 냉장 유통망을 갖춘 풀무원은 이 임무를 무리 없이 수행해 냈다.
2공장 가동으로 풀무원의 연간 두부 생산량은 1500만모에서 6000만모로 늘어났다. 중국시장용 제품들을 혼류 생산하던 1공장은 부가가치가 높은 파스타와 만두 등에 집중하게 됐다. '없어서 못 팔던' 제품들의 생산량을 늘리면서 수익성이 더 높아질 것으로 회사 측은 전망했다.
풀무원 중국법인은 10년의 적자 끝에 2020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2019년 실적은 매출 1억6600만위안에 영업손실 1000만위안이었다. 2020년에는 매출 3억2000만위안에 영업이익 3900만위안, 지난해에는 매출 4억8600만위안에 영업이익 5700만위안으로 커졌다. 회사 측은 2025년 매출 30억위안을 목표로 내걸었다. 5년 만에 6배 이상 커지는 것이다.
2017년 사드 갈등 여파와 2020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 사태에도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로 회사 측은 중국 중산층과 1인 가구를 공략하는 중고가 전략, 유통업체들과 쌓은 신뢰 등을 꼽았다. 두진우 풀무원 중국법인 대표는 "중국 제품과 차별화한 고급화 전략이 양보다는 질을 중시하는 중국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 세대)의 지갑을 열게 했고, 사업 초기 높은 물류비용으로 손해가 난다는 것을 알면서도 유통망을 확보하려고 노력한 점이 빛을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풀무원은 현재 중국에서 250여개 유통채널을 통해 1만여개 매장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중국 유통의 중심이 대형 마트에서 온라인, 회원제 등으로 변화하는 것을 포착하고 허마선성과 샘스클럽(회원제) 등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2020년 발발한 코로나19 사태는 중국에 가정간편식(HMR) 시장이 열리는 계기가 됐다. 풀무원의 간편식 파스타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55% 성장했으며 현재 전체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효자상품으로 부상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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