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개인형 퇴직연금(IRP·Individual Retirement Pension)이 도입된 지 10년째 되는 해다. 그러나 여전히 IRP가 무엇이고,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가 지난해 4월 시행한 직장인 연금 이해력 측정 결과 연금 이해력 점수가 가장 낮은 분야가 IRP였다. 100점 만점에 39.2점에 불과했다. 퇴직연금, 연금저축의 이해력 점수가 각각 51.7점, 55.1점이었던 것에 비하면 현저하게 낮은 수치다. IRP에 대해 무관심하면 노후준비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오는 14일 이후부터는 퇴직연금에 가입된 회사 근로자가 아니더라도 퇴직급여를 IRP로 이체해야 한다. 2020년 말 기준으로 전체 근로자의 47.6%는 아직 퇴직연금에 가입하지 않았다. 이 근로자들이 앞으로는 IRP 계좌를 개설하고 거기에 퇴직급여를 이체해야 하는 것이다. 다만 55세 이후에 퇴직하거나, 퇴직금 담보대출을 상환해야거나, 퇴직급여가 300만원이 넘지 않는 경우에는 예외다.
근로자가 아닌 자영업자나 공무원 등은 IRP 계좌를 반드시 만들 필요는 없다. 그러나 해당 직군 종사자의 경우 오히려 알아서 IRP에 가입하는 분위기다. 세제 혜택이 좋기 때문이다. 자영업자, 공무원, 군인 등 일반 근로자가 아닌 사람들이 IRP에 가입할 수 있게 된 것은 2017년부터였다. 그리고 2020년 말 기준으로 자영업자의 IRP 가입 금액은 3조6344억원, 공무원 등의 IRP 가입 금액은 1조1767억원에 달한다. 3년 남짓한 기간 동안 4조8111억원 늘었다.
지금까지 IRP는 앞의 기능, 즉 노후 대비 자산을 운용 및 관리하는 기능이 더 중요시돼 왔다. 앞으로는 이에 못지않게 해당 자산의 연금화 기능도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은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으로 퇴직하고, 산업 변화로 명예퇴직도 늘고 있다. 퇴직하는 사람은 대부분 55세 혹은 그 이상의 연령대가 많으므로, 퇴직급여를 연금으로 전환하는 것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다.
IRP 계좌가 노후 대비 자산을 연금으로 전환하기 좋은 이유는 세제혜택과 수령 방법의 다양성 때문이다. 세제혜택 측면을 보면 퇴직급여의 경우 10년 이상 연금으로 받으면 퇴직소득세 대비 30~40% 저렴한 세금만 내면 된다. 본인이 추가로 적립한 돈이나 운용수익의 경우 3.3~5.5%의 세금을 낸다. 일반 계좌에서 발생된 이익에 대한 세금이 15.4%라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저렴하다.
연금 수령 방식도 다양하다. 본인이 원하는 만큼의 금액을 자유롭게 인출하는 방식, 일정한 금액을 평생 수령하는 방식, 일정한 금액을 일정한 기간 동안 받는 방식 등 가입자의 선택에 따라 다양하다. 연금을 수령하는 기간에도 본인이 원하면 예금 등의 원리금 보장상품이 아닌 기대수익률이 높은 자산에 투자할 수 있다.
이렇게 높은 수준으로 세금을 절약할 수 있는 절세 계좌는 IRP와 연금저축뿐이다. 그러나 연금저축은 단독으로 가입할 경우 연간 세액공제 한도가 400만원이다. 이에 반해 IRP는 단독으로 가입해도 연 700만원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어 공제 금액이 더 많다.
절세혜택 측면에서의 이런 매력은 앞으로도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큰 이유는 IRP 이상의 절세 혜택을 주는 금융상품이 더 나올 가능성이 적어서다. 현재 정부의 재정 부담은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점점 커지고 있어 세제 혜택을 주는 금융상품을 추가로 내놓기 힘들다.
윤치선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연구위원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