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억대 '신고가' 찍었다…새 정부 기대감에 분당·일산 '들썩'

입력 2022-04-04 10:41   수정 2022-04-04 11:09


내달 윤석열 정부 출범이 예정된 가운데 재건축 기대감이 높아진 1기 신도시에서 집값이 들썩이고 있다. 다만 시장의 기대와 달리 1기 신도시 각지에서 재건축이 빠르게 추진되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4일 경기부동산포털에 따르면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양지5단지한양' 전용 134㎡는 지난달 19억5000만원에 손바뀜됐다. 지난해 10월 17억8000만원에 체결된 직전 거래에 비해 1억7000만원 오르면서 신고가를 경신했다.

1992년 지어진 이 단지는 올해로 준공 30년 차를 맞는다. 용적률이 1시 신도시 평균보다 낮은 157%이고, 철근콘크리트 공법에 비해 안전성과 내구성이 떨어지는 PC 공법(공장에서 구조물을 만들고 현장에서 조립해 짓는 방식)을 사용했다. 여기에 오는 5월 윤석열 정부 출범까지 예정되면서 재건축 기대감이 한껏 높아졌다.

일산, 평촌, 산본, 중동 등 다른 1기 신도시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전체적인 거래량은 감소했지만, 신고가 거래가 꾸준히 체결되고 있다.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 '백송마을삼호' 전용 59㎡가 지난달 4억8000만원에,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 '목련마을경남'에서도 전용 127㎡가 14억5000만원, 군포시 산본동 '한라주공4단지' 전용 41㎡는 5억9000만원에 신고가로 거래됐다.
재건축 기대감…1기 신도시서 쏟아지는 '신고가'
부동산R114는 지난달 25일 기준 1기 신도시의 주간아파트값 상승률을 0.05%로 집계했다. 최근 한 달 사이 가장 큰 상승 폭이다. 지역별로 보면 △일산 0.14% △분당 0.06% △중동 0.03% 상승했고 평촌과 산본은 0.00% 보합을 기록했다.

이들 지역 아파트값이 들썩이는 이유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에 있다. 윤 당선인은 '1기 신도시 재정비사업 촉진 특별법'을 통한 1기 신도시 재건축 활성화를 약속한 바 있다. △준공 30년 이상 정밀안전진단 면제 △구조안정성 가중치 하향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완화 △분양가상한제 현실화 등 재건축 장벽을 무너뜨리는 공약도 있다. 따라서 재건축 수혜가 예상되는 1기 신도시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아진 것이다.


다만 시장의 기대와 달리 재건축 현실화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선대위에서 1기 신도시 재정비 공약을 담당했던 한 관계자는 "1기 신도시는 자족 기능이 부족해 베드타운화가 진행됐는데, 단지별 재건축이 활성화될 경우 난개발로 인해 이러한 현상이 더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1기 신도시 특별법은 이들 지역이 자족 기능을 갖춘 스마트시티로 거듭나기 위해 마련한 공약"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공약을 살펴보면 용적률 상향 언급이 없는 대신 토지용도변경과 종 상향이 담겼다"며 "도시기본계획을 미래형 스마트시티에 맞춰 다시 수립하고, 이 과정에서 도시별 상황에 따른 토지용도변경과 종 상향을 통해 구획 별 재개발·재건축을 체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체계적인 재정비 위해 구획 별 재건축 필요"
2종 일반주거지역이 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되면 용적률 상한이 250%에서 300%로, 건폐율은 60%에서 50%로 변경된다. 3종 일반주거지역이 준주거지역으로 되면 용적률 상한이 300%에서 500%로, 건폐율은 50%에서 70%로 바뀐다. 중심상업지역의 용적률 상한은 1500%에 달한다.

도시기본계획을 재수립해 구획 별 재건축을 하면 단지별 재건축에 비해 이주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 관계자는 "그에 대비하기 위한 이주전용단지"라고 덧붙였다. 구획 별 이주 수요가 수천 가구에 달할 전망인 만큼, 소규모 공공택지 개발을 통해 이주전용단지를 조성해 이주 수요를 흡수하고 1기 신도시 재정비가 끝난 뒤 공공임대주택 등으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윤 정부의 1기 신도시 재정비가 대대적인 도시 기능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만큼 노후 단지의 재건축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기까진 다소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도시의 가장 기본이 되는 도시기본계획은 10년 단위 계획이다. 현재 각 지자체에서 2040년 계획을 만드는 상황이다. 향후 조성될 이주전용단지가 30만 가구에 달하는 1기 신도시 인구를 한 번에 수용할 수도 없기에 재정비 사업은 지역·구획 별로 순서를 정해 이뤄질 전망이다.

'여소야대'인 상황도 한계로 작용한다. 1기 신도시 재정비사업 촉진 특별법,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완화, 분양가상한제 현실화 등은 법안을 개정해야 한다. 172석에 달하는 다수당인 민주당의 협력이 필요한 것이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도 재건축과 관련해 체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날 국무총리 청문회 준비를 위해 서울 종로구 한국생산성본부로 처음 출근한 한 후보자는 "수도권이나 중요한 지역의 공급을 늘린다는 차원에서는 (재건축을) 해야 한다"면서도 "(시장이) 불안해지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이를 염두에 두고 체계적이고 조화롭게 추진해야 한다"고 속도 조절이 수반될 것임을 시사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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