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업계에 따르면 DB하이텍은 지난해 1조214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회사가 연간 매출 1조원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3991억원으로, 3년 전인 2018년(1130억원)의 세 배가 넘는다. DB하이텍의 주력 상품은 아날로그 반도체와 DDI(디스플레이 구동칩) 등이다.
한때 DB하이텍은 누적적자가 3조원, 부채가 2조3000억원에 달하는 부실기업이었다. 1997년 메모리 반도체 업체(옛 동부전자)로 출발했지만 2001년 파운드리로 방향을 틀었다. 이후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데 10년이 걸렸다. 변곡점은 2015년이다. 반도체업계 호황에 힘입어 흑자 전환에 성공한 뒤 벌어들인 돈을 연구개발(R&D)에 쏟아부었다. 미국 반도체 업체 출신 개발 인력을 집중적으로 스카우트한 것도 이 시점이다.
눈에 띄는 결과가 나오기 시작한 것은 3~4년 전부터다. DB하이텍 주력 제품인 200㎜ 파운드리가 세계 시장에서 다시 주목받으면서 실적이 개선되기 시작했다. 재작년부터는 코로나19라는 변수가 더해졌다. ‘언택트 소비’ 시장이 커지면서 DDI와 이미지센서, PMIC(파워반도체) 등 200㎜ 파운드리에서 생산 가능한 반도체 수요가 급증했다. 반도체 공급난이 한창인 가운데 수요까지 폭발하면서 DB하이텍이 ‘영업익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미래 수요도 탄탄하다.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자율주행, 빅데이터 등 고부가가치 센서 제품들은 대부분 빛 소리 온도 등 외부 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 신호로 바꾸는 아날로그 반도체를 반드시 장착해야 하는데 200㎜ 웨이퍼가 여기에 가장 적합하다. 파운드리 단가 역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DB하이텍을 포함해 TSMC, 램리서치, 엑셀리스 등 주요 파운드리 업체가 연내 제품 가격을 10~20%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 증권사가 제시하고 있는 이 회사의 매출과 당기순이익 평균값은 1조5459억원과 4930억원이다. 작년보다 매출은 27%, 당기순이익은 56% 늘어난다는 관측이다. 200㎜ 파운드리 분야에서 1위인 대만 TSMC가 공격적으로 투자를 늘리고 있는 점은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코로나19가 예상보다 빨리 종식돼 언택트 소비가 꺾일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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