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은 이달 영덕군이 산업부를 상대로 제기한 원전 특별지원사업 가산금 회수 조치 취소소송에 대한 첫 번째 변론기일을 연다. 영덕군이 소송을 제기한 지 약 6개월 만에 본격적인 재판 절차를 밟게 됐다. 이번 사건은 2017년 문재인 정부의 신규 원전 건설계획 백지화 결정으로 인해 영덕 천지원전 건설이 무산되면서 시작됐다.
영덕군은 원전 유치를 희망해 2014~2015년 정부로부터 세 차례에 걸쳐 특별지원사업 가산금 380억원을 받고 원전 건설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원전 건설이 취소되자 산업부는 “자금을 지원할 법적 근거가 상실됐다”며 “특별지원사업 가산금을 회수하겠다”고 영덕군에 통지했다.
이에 영덕군은 “원전 건설 취소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크다”며 특별지원사업 가산금 사용을 승인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가산금과 발생이자 등 총 409억원이 회수됐다. 영덕군은 이 조치에 반발해 회수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영덕군과 산업부는 법정에서 치열한 법리 다툼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영덕군은 “특별지원사업 가산금은 원전 건설 요청에 동의한 지방자치단체에 사전 신청 인센티브 차원에서 제공하는 일회적, 불가역적인 수혜이기 때문에 회수 결정은 부당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군민들이 피해를 본 만큼 보상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산업부는 “특별지원사업 가산금은 원전 건설을 위해 지급한 것”이라며 “건설계획 취소로 필요 없어졌기 때문에 회수하는 것은 당연한 조치”라고 맞서고 있다. 영덕군이 “군 자체 예산으로 먼저 집행한 사업에 대해 특별지원금으로 보전해달라”고 한 요구에 대해서도 “일반회계와 특별회계가 엄연히 구분된 상황에서 특별지원금을 일반회계 예산 보전 용도로 사용하는 것은 적법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법조계에선 정권교체를 앞두고 탈원전 정책 관련 재판이 줄줄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전지방법원은 이달 월성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산업부 공무원들에 대한 공판을 열 예정이다. 현재 이 사건으로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과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등 산업부 관계자 7명이 기소돼 있다. 산업부가 한국전력 자회사 네 곳의 사장을 상대로 사퇴 압박을 넣었다는 이른바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해서도 검찰이 최근 압수수색을 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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