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시가총액 기준 상위 50개 국내 제조업체는 지난해 2941억원의 탄소배출부채를 재무제표에 반영했다. 정부는 2015년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하면서 각 기업에 탄소배출 무상 할당량을 지정했다. 이를 초과해 탄소를 배출한 기업은 시장에서 탄소배출권 구매를 위해 충당금(배출부채)을 쌓아야 한다.
지난해 50개 제조업체의 탄소배출부채는 2941억원으로, 전년(4663억원) 대비 58.6% 줄었다. 하지만 이는 2020년에 현대제철이 자회사인 현대그린파워의 발전소 설비 임대에 따른 일시적인 탄소부채(1571억원)를 반영한 데 따른 것이다. 현대제철을 제외한 배출부채는 2020년 3091억원에서 지난해 2806억원으로 소폭 감소하는 데 그쳤다. 2019년(1522억원)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늘었다.
기업 중에선 북미 환경규제 관련 기아의 배출부채가 1191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포스코(843억원) 삼성전자(450억원) 현대제철(135억원) 등 순이었다. 기아 관계자는 “1191억원의 배출부채는 북미 지역에 판매되는 차량의 연비규제를 미리 대비한 충당금 개념”이라며 “국내 탄소배출권 관련 배출부채는 없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2030년 탄소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줄이는 탄소중립기본법이 지난달 25일부터 시행됐다는 점이다. 각 기업에 배정된 탄소배출 할당량을 대폭 하향 조정하겠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이런 마당에 탄소배출권 가격은 상승 추세다. 1년 전인 작년 4월 t당 1만8000원대이던 탄소배출권은 지난 1월 3만5000원대까지 치솟은 뒤 현재는 2만2000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한 철강회사 임원은 “탄소중립기본법 시행과 함께 ‘탄소중립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건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