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한 명이 신발을 바꿔 신었을 뿐인데, 골프업계가 들썩였다. 관련 회사 주가는 널뛰었다. 신발 주인이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7·미국)였기 때문이다. 우즈의 낙점을 받은 회사(풋조이를 거느린 아쿠쉬네트) 주가는 이날 2.54% 상승했지만 그의 발을 떠난 나이키는 장중 한때 1%가량 떨어졌다.
우즈는 4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GC에서 열린 마스터스 토너먼트 첫 공식 연습일에 풋조이의 프리미엄 라인인 ‘패커드’ 골프화를 신고 등장했다. 그는 전날 연습 때도 검은색 풋조이 신발을 신었다. 미국 골프위크에 따르면 우즈가 나이키의 심벌인 ‘스우시’ 마크가 없는 신발을 신고 공식 석상에 나온 건 26년 만에 처음이다.
풋조이와 나이키는 세계 골프화 시장에서 1위를 놓고 다투는 브랜드다. 우즈의 선택에 두 회사 주가는 반대편을 향해 달렸다. 시가총액이 257조7000억원(5일 종가 기준)에 달하는 나이키 주가는 장 시작과 함께 내리막길을 걸었다. 낙폭은 0.99% 떨어진 뒤에야 멈췄다. 반면 황제가 선택한 아쿠쉬네트홀딩스 주가는 2.54% 오른 42.02달러에 마감했다. 우즈가 원래 쓰던 웨지 대신 이날 아쿠쉬네트 산하 ‘보키’ 제품을 사용한 것도 주가에 호재로 작용했다.
나이키는 서둘러 성명을 내고 진화에 나섰다. 나이키는 미국 골프위크를 통해 “우즈가 다시 코스로 와서 기쁘다. 그가 복귀하는 만큼 우리는 우즈의 새로운 요구를 맞추기 위해 함께 일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나이키가 우즈와 ‘결별’하는 건 아니란 게 확인되면서 주가는 0.6% 상승한 채 장을 마쳤다. 하지만 이 역시 다리를 다친 우즈가 풋조이 신발에 더 편안함을 느꼈다는 의미인 만큼 나이키가 반길 만한 소식은 아니라고 업계는 평가한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나이키를 입는 우즈는 나이키와 손잡고 자기 이름의 첫 글자를 딴 ‘TW(Tiger Woods)’ 브랜드를 별도로 내놓을 정도로 돈독한 사이다. 우즈와 나이키의 계약 기간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사실상 ‘종신 계약’을 맺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2000년대 후반 섹스 스캔들로 우즈가 추락했을 때도 나이키는 의리를 지켰다. 이런 점에서 우즈가 나이키 신발을 오랜 기간 벗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예상이 많다.
우즈가 26년 만에 신발을 바꿔 신은 이유에 대해선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온다. 첫 번째는 기술력이다. 풋조이 패커드 시리즈는 가죽 대신 열가소성 폴리우레탄을 사용해 일반적인 골프화보다 훨씬 더 가벼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2월 다리가 산산조각 났던 우즈가 매력을 느낄 만한 포인트다.
현장에선 우즈의 절친인 저스틴 토머스(29·미국)가 풋조이 신발을 추천했을 것이란 추측도 나오고 있다. 우즈는 지난주 토머스와 오거스타내셔널GC에서 18홀 연습 라운드를 함께했는데, 풋조이 신발을 신은 토머스가 우즈에게 이 제품을 강력하게 추천했다는 것이다. 토머스는 이날 첫 공식 연습일에서도 우즈와 함께 1~9번홀을 돌았다. 아쿠쉬네트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한국경제신문에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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