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된 '2021회계연도 국가결산' 자료를 보면 지난해 총세입에서 총세출 및 이월액을 차감한 세계잉여금은 23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특별회계 세입으로 들어가는 5조3000억원 제외하면 정부의 일반회계 세계잉여금은 18조원이다.
18조원 가운데 11조3000억원은 지방교부세(6조1000억원)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5조2000억원)으로 지방자치단체 및 지방교육청에 지급될 예정이다. 국가재정법에 따라 내국세의 19.24%는 지방교부세로, 20.79%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반드시 쓰여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교부세 지급 후 남은 세계잉여금 6조7000억원 가운데 공적자금 상환기금에 2조원을 출연하기로 했다. 또 1조4000억원은 국가채무를 상환하는 데 쓰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적자금 상환과 채무 상환에 쓰이는 세계잉여금은 3조4000억원에 불과한 셈이다. 빚 상환에 쓰이지 않고 남은 3조3000억원은 향후 추가경정예산 재원으로 쓰이거나 올해 세수로 이입될 예정이라고 기재부는 설명했다.
정부가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빚 상환에 쓰기로 한 3조4000억원은 지난해 정부의 초과세수 61조3000억원의 5.6%에 불과한 액수다. 정부는 2020년 9월 작년도 예산안을 짤 때 지난해 내국세 수입 규모를 282조8000억원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지난해 국내 경제가 빠르게 회복하면서 실제 내국세 수입은 344조1000억원에 달했다. 정부의 당초 예상보다 61조3000억원이나 세금이 더 걷힌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렇게 더 걷힌 세금으로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고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는 데 쓰기로 했다.
채무 상환에 쓰일 3조4000억원의 세계잉여금은 정부 스스로 2개월 전에 약속한 금액에 비해서도 작은 규모다. 홍 부총리는 지난 2월 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참석해 "초과세수 가운데 8조~9조원은 공적자금 상환과 채무상환에 쓰일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정부가 불과 2개월 만에 국채 상환에 쓰일 예산을 크게 줄인 것은 오는 5월 출범할 윤석열 정부가 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기재부가 재정건전성 회복을 후순위로 미룬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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