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한 달 정도만 있으면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다. 새 정부가 추진하여야 할 여러 정책들이 있겠지만, 그 중 하나, 선거 과정에서 윤석열 당선인 캠프에서는 노동조합의 고용세습, 편법적 친인척 고용승계, 전·현직 임직원 자녀의 특혜채용이 자주 발생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절차적 공정성에 치중된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채용절차법’)을 공정한 채용 내용까지 포괄하는 ‘공정채용법’으로 확대 개편하고, 단체협약 내 정년퇴직자, 장기근속자 자녀 우선 채용 등 불공정채용 관련 조항을 무효화하겠다고 발표하였었다.
양질의 일자리가 감소하여 청년실업이 만연한 현실이 당장 해결되기는 어렵고, 성공의 기회 자체가 급격히 줄어든 현실에서 많지 않은 취업의 기회를 잡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 청년세대를 위해, 채용 과정에서의 공정을 바로세우기 위해 고용세습을 막고자 하는 노력은 보수·진보를 떠나 위정자로서 당연히 추진하여야 할 목표일 것이다. 물론, 단체협약의 내용을 무효화하겠다는 것이니만큼 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등의 우려를 불식할 수 있도록 적법한 절차를 거쳐 내용을 정교하고 세심하게 다듬어야 할 것이다.
한편, 필자의 입장에서는 채용절차법 개정과 관련하여, 2020년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판결로 유효하다고 판단한 이른바 단체협약상 ‘산재유족 특별채용 조항’, 즉 단체협약에서 업무상 재해로 인해 조합원이 사망한 경우 그 조합원의 직계가족 등 1인을 특별채용하도록 규정한 것까지 고려하여 관련 정책을 추진할 것인지 관심을 가지게 된다.
위 사건에서 대법원은 다수의견으로 (1)해당 조항은 조합원의 ‘근로조건’을 단체협약 내에 정한 것이고, (2)조합원의 업무상 재해로 인한 사망을 보상하고 유족을 보호한다는 목적에 적합하며, (3)회사의 채용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지 않고, (4)산재유족 특별채용 조항에 따라 채용되는 유족의 숫자가 많지 않아 구직희망자들의 채용기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려움을 근거로 위 조항이 유효하다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위 판결에 대해서는 장기근속근로자나 조합원은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므로 이를 이유로 한 채용상의 우대조치는 엄격히 제한되어야 하지만, 이와 달리 ‘산재근로자’라는 것은 사회적 신분이 아니니 이에 대한 우대조치는 가능한 것이고, 노동조합은 협상력을 발휘하여 특별채용 조항을 얻은 것이므로 특별채용의 혜택이 극소수에게 돌아간다고 하여 그 효력을 부정하는 것은 노동조합의 존립 자체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이유로 찬성하는 견해도 있다.
반면, 위 대법원 판결에 대한 반대 의견은 노사가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근로자의 가족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고도 권장할 일이지만, (1)조합원의 직계가족 등을 ‘채용’하는 것은 ‘근로조건’과는 관련이 없고, (2)유족에 대한 보상은 반드시 특별채용으로 하여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산재보험이나 다른 지원 방식으로도 가능하며, (3)이러한 조항은 구직 희망자들이나 다른 조합원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고, 공정한 채용질서를 해치기 때문에 무효라는 것이다. 나아가 만약 노동조합이 근로조건에 해당하지 않는 이러한 특별채용 조항의 설정을 위해 단체교섭을 요구하거나 단체교섭의 결과 단체협약의 체결이 거부되는 경우 쟁의행위를 할 수 있는 것인지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있기도 하다.
위 대법원 판결은 결론이 내려지기까지 4년 정도 소요되었고, 그 과정에서 학계 및 법조계의 다양한 의견이 수렴되었으며, 공개변론 과정까지 거쳤다. 그 결과 위 판결 선고 이후에는 종래에 비해 비교적 관련 논란이 수그러진 상태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평창 아이스하키 단일팀 논란,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 등을 거치면서, 고용시장에서의 공정을 준수할 것을 요구하는 청년세대의 요구가 폭발하여 지금에 이르렀다. 그리고 새로운 정부를 구성할 정치세력은 이러한 요구를 안아 고용세습이라는 악습을 철폐하기 위해 단체협약상 불공정채용 관련 조항을 무효화하겠다고 하는 의지를 표명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산업재해를 입은 조합원의 유족에게 ‘특별채용’을 인정하는 단체협약 조항에 대해서도 새 정부가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 관심이 간다.
박진홍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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