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년 전인 1971년, 일곱 명의 회계사가 모여 시작한 작은 회계사무소는 조직을 ‘적당히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핵심 수단으로 사람에 대한 투자, 즉 교육을 택했다. 회계와 같은 전문 직종은 대표적인 지식 노동 집약 산업이다. 사람이 곧 업무의 질과 성과를 좌우하다 보니, 일반 기업에서 말하는 설비투자나 연구개발(R&D) 투자가 회계법인에서는 사람에 대한 투자다. 서 회장님이 우회축적의 수단으로 인재 양성과 교육을 선택하고 꾸준하게, 때로는 힘에 부칠 정도로 과하게 투자한 결과 오래지 않아 마주한 도약의 순간에 그 축적된 힘이 발휘됐다.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때 삼일회계법인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한국공인회계사와 미국공인회계사 자격증을 동시에 보유한 회계 전문가 119명을 확보한 회계법인으로서 국가적 위기에 투입돼 경제 소방수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 우회축적의 힘이 지금까지도 삼일이라는 조직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역사가 그리 길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는 창립 50주년이나 100주년 혹은 그 이상의 오랜 역사를 가진 장수기업이 그리 많지 않다. 더욱이 코로나 팬데믹 같은 초유의 사태, 예고 없이 벌어지는 우크라이나 전쟁처럼 우리 삶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는 외부 요인이 넘쳐나면서 산업 지형과 시장 환경의 변화를 3년, 5년 단위로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해지고 있다.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 앞으로 쉽게 나아갈 수 없을 때,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지금이야말로 우회축적의 지혜로,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내적 힘(내공)을 쌓을 수 있는 최적의 시기가 아닐까? 도약의 기회는 누구에게나 온다. 다만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누가 더 높이 도약하느냐는, 우회의 시간이 성장을 지연시키는 게 아니라 오히려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음을 알고 무엇을 준비하는가에 달려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100년, 200년 지속하는 장수기업이 더 많이 탄생하길 바라며 우회축적의 힘을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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