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걷고 잘 먹기만 해도 수많은 질병을 막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사람들이 이를 잘 안 지킨다는 것이죠.”
캐시워크는 ‘1만 보를 걸으면 100캐시(약 70원)를 준다’는 단순한 보상 개념을 도입해 ‘국민 만보기’ 앱으로 자리 잡았다. 출시 4년 만에 다운로드 건수가 1600만 건을 돌파했고 일간 활성이용자 수(DAU)는 300만 명을 넘었다. 웬만한 성인 10명 중 1명은 매일 이 앱을 켜놓고 걸어다니는 셈이다. 나승균 넛지헬스케어 대표(사진)는 예방의학과 의사로 환자를 돌보다 직접 회사를 세워 대박을 냈다.
나 대표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진료하는 동안 ‘운동해라, 약을 제때 먹어라’ 같은 단순한 처방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는 환자가 많았다”며 “기존 의료체계와 환자 개인의 의지만으로는 만성질환 관리가 어렵다는 생각에 창업을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고혈압, 당뇨와 같은 만성질환은 국내 전체 사망 원인의 80%를 차지한다. 대개 운동 부족, 잘못된 식단 등 생활습관의 잘못에서 비롯된다.
나 대표는 “수년간 창업을 준비하며 만성질환, 경제심리학 분야 논문을 찾아서 공부했다”며 “이 과정에서 ‘금전적 보상’이 강력한 동기부여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걸 확신했다”고 말했다.
나 대표는 ‘전 국민을 걷게 하자’는 목표로 개발자 출신인 박정신 대표와 의기투합해 2016년 캐시워크(현 넛지헬스케어)를 창업했다. 이듬해 국내 최초로 만보기를 휴대폰 잠금화면에 도입한 ‘캐시워크’를 출시했다. 하루 1만 보를 걸으면 100캐시를 적립해주고 하루 운동량, 소모 칼로리 등을 이용자끼리 인증하게 하는 등 자연스럽게 동기를 부여한 게 특징이다. 나 대표는 “적절한 개입으로 자연스럽게 특정 행동을 유도하는 경제 이론인 ‘넛지(nudge)’에서 착안했다”고 말했다.
‘보상’의 효과는 컸다. 사용자가 몰렸고 캐시워크와 비슷한 서비스도 잇따라 생겨났다. 넛지헬스케어의 지난해 매출은 569억원으로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국민 잘먹기’ 프로젝트로 내놓은 키토제닉(저탄수화물·고지방) 식단 전문 브랜드 ‘키토선생’도 안정적 매출을 내고 있다. 나 대표가 직접 식단 개발에 참여해 커피 두유 만두 등 다양한 메뉴를 선보였다.
나 대표는 캐시워크를 글로벌 건강관리 플랫폼으로 키운다는 목표다. 2020년엔 미국 시장에 진출해 현재 누적 다운로드 인원이 50만 명을 넘었다. 글로벌 기업들과 제휴해 캐시워크로 쌓은 포인트를 월마트 우버 등에서 쓸 수 있도록 한 것이 주효했다. 미국 외에 유럽 등 다른 국가로도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올해 상반기부터는 건강관리 서비스를 지방자치단체와 기업에 제공하는 등 기업 간 거래(B2B) 사업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나 대표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정부에서 만성질환과 면연력 증진 등 일상적인 건강관리가 이뤄져야 한다는 인식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글=최다은/사진=김범준 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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