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차의 비극' 보며 다시 깨닫는 동맹의 소중함

입력 2022-04-05 17:27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벌인 집단 학살과 성폭력, 고문 등 만행이 속속 드러나면서 세계가 경악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군 퇴각 이후 부차 등 키이우 주변에서만 러시아군에 살해된 민간인 시신을 410구 이상 수습했고, 더 늘어난다고 한다. 특히 부차의 참상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두 손이 뒤로 묶이거나 검은 비닐에 담겨 널려 있는 집단 매장지 시신들의 처참한 모습은 러시아군의 잔혹성을 일깨워준다.

러시아는 침공 초기부터 병원과 유치원 등 민간 시설에 미사일 등을 퍼부었다. 심지어 열압력탄, 집속탄과 같은 제네바 협약에서 사용을 금지한 무기들로 무차별 살상을 서슴지 않았고, 핵 공격까지 시사했다. 러시아의 민간인 학살은 어떤 이유로도 용서받을 수 없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추가 제재에 나서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범재판 회부 목소리도 높이고 있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이번에 흐지부지된다면 제2, 제3의 ‘학살자 푸틴’이 나올 수 있고, 그게 북한 김정은이 되지 말란 법이 없다.

그런 점에서 부차의 비극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명백하다. 냉혹한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게 국제사회다. 같이 싸워줄 동맹이 없고 안보가 튼튼하지 못하다면 언제든지 이런 일을 당할 수 있다. 더욱이 우리는 푸틴보다 더한 독재자인 김정은과 마주하고 있다. 김정은은 핵과 미사일을 우리 턱밑에 바짝 들이대고 있다. 그의 동생 김여정은 어제 자위적 수단인 서욱 국방부 장관의 ‘원점 정밀타격’을 꼬투리 삼아 남측을 향한 핵무기 대응까지 거론했다. 북한이 막무가내인 데는 무슨 도발을 해도 방패막이가 돼 주는 중국과 러시아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예측 불가능한 북·중·러 전체주의 국가들과 맞서야 하는 우리에게 동맹의 소중함은 새삼 언급할 필요가 없다. 미국의 전략자산과 핵우산 없이 어떻게 북·중·러를 마주할 수 있겠나. 그러나 혈맹이 지난 5년간 뿌리째 흔들렸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중국의 눈치만 보고, 대러 제재에 뒷북을 치면서 동맹의 불신을 샀다. 마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이 미국과 한 차원 높은 동맹 관계로 격상하자는 데 공감한 것은 다행이다. 내달 윤 당선인과 조 바이든 대통령 간 한·미 정상회담에서 진짜 ‘아무도 넘볼 수 없는 나라’로 만드는 초석을 놓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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