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찾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정책협의 대표단이 대화보다 억지·압박에 무게를 실으며 대북 기조 변화를 예고했다. 특히 한·미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재가동에 미국과 공감하고, 한동안 잘 등장하지 않았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라는 표현을 사용해 주목을 끌었다.
박진 국민의힘 의원을 단장으로 한 한·미 정책협의 대표단은 4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을 면담했다. 박 단장은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지난 몇 년 동안 제대로 역할을 못 했던 확장 억제를 위한 협의체를 재가동하는 게 중요하다는 데 공감했다”고 전했다. 2018년 남북·북미 간 협상이 진행되면서 잠정 중단됐던 한·미 외교·국방당국의 EDSCG를 다시 가동한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EDSCG는 핵 위협을 받은 동맹국에 미국 본토와 같은 수준의 억지력을 제공하는 미국의 핵 전략이다.
박 단장은 “북한의 CVID를 통해 한반도의 지속 가능한 평화와 안전을 구현한다는 당선인의 대북정책 비전에 미국 측도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양국은 최근 북한이 꺼리는 CVID 용어를 잘 쓰지 않았다. 다시 CVID를 꺼내든 것은 북한이 먼저 비핵화 의지를 확실히 밝히고 검증 등 조치에 응해야 보상할 수 있다는 원칙을 강조하기 위한 목적이다.
한·미 북핵 수석대표인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도 이날 워싱턴DC의 국무부 청사에서 만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새로운 대북 결의안을 추진하기로 뜻을 모았다. 김 대표는 “북한의 최근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우리의 규탄 입장을 재확인했다”며 “유엔 안보리에서 새로운 결의안을 내기 위해 협력하길 고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이틀 만에 또다시 담화를 내고 남측은 주적이 아니라면서도 필요하다면 핵무기로 대응하겠다고 위협했다. 그는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우리는 남조선을 무력의 상대로 보지 않는다”며 “남조선군이 우리 국가를 반대하는 그 어떤 군사행동을 취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공격 대상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남조선이 우리와 군사적 대결을 선택하는 상황이 온다면 부득이 우리의 핵 전투무력은 자기의 임무를 수행해야 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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