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여 전. 에스엠엔터테인먼트에 대한 KB자산운용의 주주행동과 한진칼에 대한 KCGI의 공격이 별 성과 없이 사그라들자 시장엔 실망감이 퍼졌다. 주주가 기업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이를 통해 수익률을 제고하는 주주행동주의는 한국 시장에선 시기상조일지 모른다는 분석도 나왔다.
올 들어 분위기는 딴판이다. 에스엠과 사조오양 정기주주총회에서 기업 측 반대에도 주주가 내세운 감사가 선임되면서 행동주의 펀드가 적지 않은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2년 새 행동주의 펀드가 약진한 배경은 무엇일까.
이들 운용사는 올해 주주행동주의가 성공한 원인으로 크게 두 가지를 꼽았다. 먼저 코로나19로 국내는 물론 해외주식 투자 인구가 크게 증가한 점이다. 김형균 차파트너스 상무는 “미국 등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가 늘면서 한국만 왜 유독 물적분할 등 소액주주가 피해를 보는 일이 잦을까 하는 의문을 갖는 투자자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몇 년간 지속되면서 기관투자가 중에서 주주행동주의의 ‘우군’이 증가한 것도 또 다른 요인이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2년 반 전에 KB자산운용이 이수만 에스엠 총괄프로듀서 개인 회사인 라이크기획에 이익의 큰 부분이 빠져 나가는 부당함을 꼬집는 주주서한을 보냈을 때 에스엠이 무시로 일관하자 여의도 기관투자가들의 분노가 많았다”며 “올해 에스엠 주총에선 많은 기관이 의결권을 위임해 주면서 우리 측 감사 선임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감사 선임에 성공한 운용사들은 올해 본격적으로 활동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 대표는 “감사가 가진 영업 및 회계권에 대한 조사권을 이용해 에스엠 이사회가 라이크기획 외의 대안도 고려했는지 따져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 상무는 “성장주 투자는 추가 수익을 내기 까다롭다”며 “행동주의는 거버넌스에 문제가 있는 회사를 찾아 그 문제만 해소하면 시황과 상관없이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유용한 투자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수만 최대주주가 이른 시간 내 지분 매각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대표는 “이번 주총 결과를 보면 얼라인 측이 내년엔 에스엠의 이사회를 교체할 수 있을 만큼의 표를 모았다”며 “최대주주로선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을 때 지분을 매각하는 게 가장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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