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영유아보육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어린이집 원장 A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울산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6일 밝혔다.
울산 동구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A씨는 2017년 한 원생(당시 5세)의 부모로부터 ‘담임교사가 아이를 방치한 것 같으니 CCTV 녹화 내용을 보여 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그러나 공공형 어린이집 지정 취소를 우려해 CCTV 영상이 녹화된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교체하는 등 영상 녹화를 삭제한 혐의를 받았다.
현행 영유아보육법은 아동학대 방지를 위해 어린이집·유치원 등에 CCTV 설치를 강제하고 있다. 또한 “영상정보를 분실 또는 훼손당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처벌 조항도 있다. 다만 스스로 훼손한 자에 대한 처벌 조항은 없다.
1심은 현행법을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처벌이 불가능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어린이집 운영자가 스스로 영상정보를 훼손하거나 분실한 경우에는 위 조항을 적용해 처벌할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A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훼손당한 자’의 문언을 ‘훼손을 막지 않은 자’로 해석한 것이다. 어린이집 운영자가 저장장치를 임의의 장소에 보관하거나 버리는 등의 행위를 함으로써 영상정보가 훼손되지 않도록 하지 못한(않은) 경우를 ‘훼손당하는’이라고 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영상정보를 직접 훼손한 어린이집 운영자가 ‘영상정보를 훼손당한 자’에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문언의 가능한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며 “원심은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원심을 파기 환송했다.
이번 판결은 ‘입법 미비’ 탓으로 봐야 한다는 법조인들의 설명이다. 서초동의 한 형사 전문 변호사는 “원칙적으로 보면 스스로의 정보를 개인이 삭제한 사건”이라며 “증거인멸이나 개인정보보호법 등 현재 있는 법으론 처벌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신수경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변호사는 “영유아보호법은 아동 보호를 위해 제정된 법이지만, 취지가 다른 개인정보보호법을 그대로 따와서 만들어졌다”며 입법 부주의를 지적했다. 또 “하급심의 판단이 달랐던 만큼 대법원의 법 해석도 아쉽다”며 “학대의 증거로 쓰일 수 있는 CCTV 영상을 원장의 개인 정보로 봐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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