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받고도 생산하지 못한 현대자동차·기아의 국내 ‘백오더’ 물량이 지난달 기준 100만 대를 넘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여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코로나19 재확산 등으로 중국 부품공장이 폐쇄된 것도 생산 계획에 차질이 빚어진 배경으로 꼽힌다. 회사 측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매력적인 신차가 줄줄이 나오며 소비자의 ‘계약 러시’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산 대란에 빠져 제대로 주문을 소화해 내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기아의 지난달 국내 공장 생산 차질은 2만6000대, 생산 목표 달성률은 82%로 집계됐다. 반도체 부족으로 1만9000대, ‘와이어링 하니스(전선 뭉치)’ 수급난으로 7000대를 만들지 못했다. 미국, 멕시코, 슬로바키아, 인도 등 해외 공장에서도 1만4000대의 생산 차질을 빚었다. 목표 달성률은 90%다.
기아는 최근 콘퍼런스콜에서 “4월 생산량도 지난달과 비슷한 수준에 그칠 전망”이라며 “해외 주요 지역에서도 초과 수요가 해소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은 기아만의 문제가 아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말레이시아 등 세계 각국에 있는 차량용 반도체 공장이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오토포캐스트솔루션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3일까지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전 세계 자동차 생산 차질은 134만 대에 이른다. IHS마킷은 올해 전 세계에서 700만 대가 반도체 부족으로 제조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폭스바겐, 스텔란티스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내놓은 해법은 ‘반도체 몰아주기’다. 고급 브랜드의 차량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픽업트럭 등 수익성이 높은 차량을 집중적으로 생산해 수익성을 방어하는 전략이다.
현대차·기아는 ‘물량 최대화’ 전략을 택했다. 일부 모델이 아닌 모든 차종에 반도체를 효율적으로 사용해 최대한 생산을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최근 주주총회에서 차량별 반도체 최적 배분, 대체 소자 개발 등을 통해 공급 물량을 늘리는 방향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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