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지방선거 경기지사에 출마하는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서 선거 출마를 위해 최근 경기 성남시 친인척 집으로 주소를 옮긴 것이 ‘위장전입’ 아니냐는 지적을 받자 이같이 답했다. 유 전 의원은 “솔직히 거기서 잠을 안 자는 것은 사실”이라며 “며칠을 위장전입이라고 지적하면 드릴 말씀이 궁색한데, 인천 계시다가 서울로 간 송영길 대표도 같은 처지”라고 말했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서울시장 출마를 위해 1일 인천에서 서울 송파구로 주소지를 옮겼다.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인 서울과 경기 지역에 송영길 김동연 유승민 등 유력 후보들의 주소지 이전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단체장에 출마하려면 공직선거법 제16조에 따라 선거 60일 전에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주민이어야 한다. 이 때문에 지역 연고가 없는 후보들이 실제 거주하지는 않으면서 주소지만 옮겨 출마에 나섰지만, 지방자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는 “마지막까지 고민하다가 결심했는데 집이라는 게 하루 만에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어디로 옮겨야 하나 싶었다”며 “돌아가신 처남의 부인께서 살고 계신 성남의 한 아파트로 주소를 옮겨놨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소 옮길 곳을 수원에서 열심히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정식 등록을 앞둔 송 전 대표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인 그는 최근 주소지를 서울 송파구 거여동으로 바꿔 서울시장에 도전하기로 했다. 송 전 대표는 “장모를 모시고 사는 처형이 운영하는 임대차 건물 한 칸을 임차해 주소를 이전했다”고 밝혔다. 경기지사에 도전하는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 역시 이달 경기 수원시 영통구로 전입신고를 했다. 김 대표의 원래 거주지는 서울 마포구 공덕동이다.
공직선거법 16조 자체에 대한 논란도 제기된다. 공직선거법은 후보자가 실거주하지 않아도 주소지 신고만으로 피선거권이 있다는 형식 요건에 그치고 있다. 이미 대법원도 1992년 ‘선거일 현재 계속해 60일 이상 지방자치단체의 관할 구역 안에 주민등록이 돼 있을 것을 피선거권의 요건으로 하고 있고 실제 거주할 것을 요건으로 하고 있지는 아니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설명이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실거주 여부를 제한하면 헌법상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하게 되기 때문에 법 개정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시작된 1995년 이후 주소지 이전으로 수도권에 출마해 당선된 후보는 아직 없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한명숙 당시 민주당 후보가 경기 고양에서 서울로, 2018년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가 대구에서 서울로 주소를 옮겨 서울시장에 출마했지만 모두 낙선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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