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SK㈜가 보유한 자사주는 지난해 말 1805만8562주(지분율 24.4%)에 달한다. 이날 종가(24만6000원)를 반영하면 SK㈜가 보유한 자사주 가치는 4조4424억원에 이른다.
이처럼 SK㈜가 자사주를 적잖게 보유한 배경으로는 과거 경영권 분쟁이 꼽힌다. 미국 헤지펀드 소버린은 2003년에 SK 지분 14.99%를 매입해 경영권 개입시도를 했다. 2005년 소버린은 보유한 SK 지분을 전량처분하면서 9459억원의 차익을 실현하고 나갔다. 앞서 1999년에도 미국 타이거펀드가 SK텔레콤 지분 6.66%를 매입한 뒤 이사진 교체 등을 시도하다 2000년 6300억원의 차익을 보고 지분을 전량 매각한 바 있다.
불안한 경영권을 강화하기 위해서 자사주를 매입한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업의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다. 하지만 경영권 공격을 받을 경우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이나 우호 주주(백기사)에 매각하면 의결권이 되살아나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SK는 2000년대 국민은행 등과 지분을 맞교환하며 상호 백기사로 돕기도 했다.
하지만 SK처럼 상당한 규모의 자사주는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공격 대상이 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업들은 보유한 자사주의 장부가치만큼 자기자본에서 차감하는 방식으로 회계처리 중이다. 소액주주의 자산 가치도 줄어드는 셈이다. 애플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은 주주환원을 위해 자사주를 매입과 동시에 소각하고 있다.
이날 미국 투자회사 돌턴인베스트먼트(Dalton Investments)가 SK㈜에 자사주 소각을 요구한 서신을 보낸 것도 우려를 키우는 배경이다. 돌턴은 서신에서 "주주가치 개선을 위한 SK㈜ 경영진의 지속적인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현재 밸류에이션(평가가치) 할인 폭이 크기에 배당보다는 자사주 매입에 집중하고, 자사주 소각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자사주 소각을 머뭇거릴 경우 이를 명분 삼아 돌턴을 비롯한 기관의 공격이 거세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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