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유럽기업인협회(AEB)에 따르면 러시아 점유율 2위인 기아의 판매량은 지난해 3월 2만57대에서 지난달 6336대로 곤두박질쳤다. 3위인 현대차의 판매량도 같은 기간 1만5332대에서 4909대로 급전직하했다. 두 회사 모두 68%의 하락폭을 보였다. 3월 들어 전쟁 여파가 본격화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현대차는 지난달 초부터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의 문을 닫았다. 현지 부품 조달에 차질이 발생한 탓이지만, 국제 사회의 여론도 무시하지 못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2014년 크림반도 사태 때도 버티며 지금의 점유율을 일궈냈지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트렌드가 확산된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며 “생산이나 판매를 늘렸다간 글로벌 보이콧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외국계 증권사들은 러시아에서 현대차의 수난이 길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CLSA는 “현대차가 연말까지 공장을 돌리지 못해 고정비 부담이 5470억원에 이를 것”이라며 목표 주가를 27만9000원에서 22만원으로 27% 낮췄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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