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분양가 논란에…서울 청약 경쟁률 '뚝'

입력 2022-04-07 17:27   수정 2022-04-14 15:53

올 들어 서울 지역 아파트 청약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청약경쟁률은 지난해의 4분의 1수준으로 떨어졌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청약제도, 대출 규제 등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가 커지면서 대기 수요가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은 단지들의 고분양가도 원인으로 꼽힌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기존 청약제도를 손봐 청약시장에서 소외된 2030세대의 내 집 마련 기회를 늘리겠다고 공약했다. 전용면적별 가점제 비중을 줄이고 추첨제 비중을 늘릴 방침이다.
서울 청약경쟁률 4분의 1 토막
7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올해 서울 지역 1순위 청약경쟁률은 평균 12.69 대 1로, 작년 평균(50.29 대 1) 대비 크게 낮아졌다. 예비당첨자 미달 단지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5일 1순위 청약자를 모집한 강북구 미아동 ‘한화 포레나 미아’ 일부 주택형은 예비 당첨자마저 못 채웠다. 1순위 청약경쟁률은 7.24 대 1로,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강북구 수유동에 짓는 ‘칸타빌 수유팰리스’도 지난달 1순위 청약을 실시한 결과 4.14 대 1의 저조한 성적을 보였다. 일부 주택형은 2순위 마감하고 일부는 예비당첨자가 미달됐다. 이 단지는 총 216가구 중 90%에 가까운 198가구가 미계약으로 남아 무순위 청약에 들어갔다. 지난 1월 공급한 강북구 미아동 ‘북서울자이폴라리스’도 미계약 18가구가 나왔다.


작년까지만 해도 서울 청약 시장은 ‘당첨만 되면 로또’ 분위기였다.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가팔랐고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는 인기 단지가 대거 청약에 나섰기 때문이다.

작년 9월 강동구 상일동에 공급한 ‘e편한세상 강일 어반브릿지’는 337.91 대 1의 청약경쟁률을 나타냈다. 성북구 안암동의 ‘해링턴플레이스 안암’도 192.53 대 1의 높은 청약경쟁률을 보였다. 작년 6월 분양한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는 1순위 청약 첫날 224가구 모집에 3만6116명이 몰렸을 정도로 흥행에 성공했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 입지 따져야
서울 청약 시장도 한동안 양극화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청약률이 떨어지면서 미계약 물건이 쏟아지는 단지가 속출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 여부도 흥행을 가를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한 자릿수 경쟁률에 그친 ‘한화 포레나 미아’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는 지역에 공급된 탓에 고분양가 논란에 시달렸다. 평균 분양가가 3.3㎡당 3140만원으로, 주변 시세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현재 분양가 규제를 받고 있는 지역은 서울 25개 구 중 강남·서초·송파·강동구 등 13개 구다. 강서·노원·동대문·성북·은평구 등은 동별로 규제 여부가 갈린다.

전문가들은 예비 청약자에게 아파트 브랜드, 단지 규모, 분양가 등을 꼼꼼히 따져보고 청약 여부를 결정할 것을 조언했다. 다만 청약가점이 낮은 경우에는 대기 수요가 많은 시점이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새 정부가 대출 규제를 완화하고 청약 가점제도를 고치기로 한 만큼 좀 더 청약 시장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예비 청약자가 많다”며 “청약가점이 낮은 사람은 고가점자가 통장을 쓰지 않는 시점이 오히려 당첨 가능성을 높이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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