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부커재단은 7일 《저주토끼》를 비롯한 2022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작 여섯 편을 발표했다. 《저주토끼》를 번역한 한국인 번역가 안톤 허(한국명 허정범·41)가 최종 후보에 같이 이름을 올렸다. 롱리스트에 들었던 박상영 작가의 《대도시의 사랑법》은 최종 후보에 들지 못했다. 한국 작가 작품이 이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것은 2016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 2018년 한 작가의 다른 작품인 《흰》에 이어 세 번째다. 한국 번역가가 쇼트리스트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상작은 다음달 26일 발표된다.
《저주토끼》는 판타지·호러 단편 10편을 담고 있다. 저주와 복수, 유령 같은 소재로 현실 사회의 비이성을 드러내는 일종의 우화 소설이다. 부커재단은 이 작품에 대해 “환상적이고 초현실적인 요소를 활용해 현대의 가부장제와 자본주의의 참혹한 공포 및 잔혹함을 이야기한다”고 평했다.
정 작가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장르문학으로 부커상 후보에 올라 기쁘다”며 “장르문학을 써온 작가로서 좀 더 자유롭게 쓰고 싶은 글을 계속 써나갈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안톤 허의 제안으로 영어판이 출간됐다. 그는 “유색인종 영어 번역가로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했던 날들을 인정받은 기분”이라며 “다양한 작품을 발굴하고 소개하려는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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