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캐디로 나선 임 씨는 경기 마지막 홀인 9번홀 '번외 경기'에서 8번 아이언으로 티샷했는데, 공을 그대로 홀 옆 약 1.5m 지점에 세웠다. 현역 선수인 임성재와 캐머런 데이비스(27·호주)보다 홀에 더 가까이 공을 붙이자 우레와 같은 함성이 쏟아졌다. 14년만에 클럽을 잡았다는 임 씨는 "치는 순간 손맛을 제대로 느꼈다. 아들 덕분에 평생 남을 추억을 쌓았다"며 웃었다.
파3 콘테스트는 마스터스가 프로암 대신 대회 하루 전날 개최하는 이벤트 대회다. 출전하는 선수는 아내, 여자친구, 형제 등 가까운 가족들은 선수들을 따라다니며 '일일 캐디'로 일한다. 스코어를 집계하지만, 가족들과 추억을 쌓는 게 주목적이어서 가족들이 선수 대신 공을 치기도 한다.
올해 파3 콘테스트에는 임성재 가족을 비롯해 김시우(27), 이경훈(31) 등 'K브라더스'가 모두 출전해 가족들과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세 선수 모두 파3 콘테스트는 처음 출전했다. 임성재는 2020년과 작년에 이어 세 번째 마스터스 출전이지만, 지난 2년간 파3 콘테스트가 열리지 않아 이번이 처음 출전이다.
이경훈의 9개월 된 딸 윤아 양은 이날 할아버지 이상무 씨, 엄마 유주연 씨와 마스터스에 캐디로 전격 데뷔했다. 윤아 양은 엄마의 품에 안겨서 아빠의 경기를 도왔다. 이경훈은 "뒷바라지해준 아버지와 아내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었다"면서 "딸은 기억 못 하겠지만, 나중에 사진을 보여주면 아빠를 자랑스러워할 것 같다"며 웃었다.
이경훈과 함께한 김시우는 같은 조 또 다른 동반자인 재미동포 케빈 나(39)의 딸 소피아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소피아에게 퍼터를 맡기며 조카에게 퍼팅할 기회를 선물하기도 했다. 김시우는 "처음 나와봤더니 분위기도 좋고 재미있었다"고 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6승을 올린 여자골프 세계랭킹 4위인 호주동포 이민지(26)는 동생 이민우(23)의 캐디로 나섰다. 몇몇 홀에서 동생 대신 티샷을 한 뒤 그린 위에 공을 올리며 동생에게 한 수 가르쳐주는 모습이었다.
다만 이날 경기는 악천후로 취소됐다가 재개되기를 반복하다가 결국 마무리를 짓지 못하고 끝났다.
오거스타(미국 조지아주)=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