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 완화정책의 대표적 부작용 중 하나는 수혜자의 근로 의욕을 꺾는다는 것이다. 예컨대 최저생활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월 100만원이 필요하다고 보고 정부가 100만원을 맞춰 보조해준다면 이 금액 아래로 돈을 벌던 사람들은 일할 마음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1만원을 더 벌면 정부가 보조금을 1만원 덜 주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를 줄이기 위해 도입한 게 ‘근로연계 복지’다. 헬리처럼 근로능력이 있다고 인정될 경우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액수를 삭감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저소득 근로자에게 세금 환급 형태로 지원하는 근로장려세제(EITC), 근로 기회를 알선하는 자활사업도 있다.
반면 근로연계 복지가 질 낮은 일자리로 빈곤층을 몰아넣는다는 비판도 있다. 주거 보조금을 받는 데 실패한 헬리는 항변하듯 외친다. “이 빌어먹을 동네 쥐잡듯 다 뒤졌는데 아무 데서도 나 안 써준다고요.”
이후 헬리의 상황은 더 꼬인다. 고급 리조트에 들어가 가짜 향수를 팔다가 관리인에게 들켜 쫓겨난다. 여기에 무니까지 사고를 친다. 버려진 펜션 단지에서 친구들과 놀다가 큰불을 낸다.
낭떠러지에 몰린 헬리의 선택은 한 장에 400달러(약 44만원)에 달하는 디즈니월드 입장권을 훔쳐 암표로 되파는 것. 갑자기 생긴 여윳돈에 모녀는 잠깐의 행복을 누리지만 신고를 받은 아동정책국 직원들이 곧 매직캐슬에 들이닥친다. 직원들 눈에 범죄로 생계를 이어가는 헬리는 엄마 자격이 없다. 아동정책국은 무니를 헬리로부터 격리해 위탁가정에 맡기겠다고 통보한다. 위탁이 뭔지도 모르는 무니는 그저 엄마와 떨어지는 게 속상할 뿐이다. “안 갈 거예요. 엄마랑 잰시랑 여기에 있을래요.”
이 장면에서 관객들의 심경은 복잡해진다. 모녀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모텔에서 삶을 이어가는 것보다 안정된 가정에 위탁되는 게 현실적으로 무니의 미래에 나을 것이란 사실을 안다. 하지만 헬리는 서툴고 무능력한 엄마였을지언정 무니에게 결코 나쁜 엄마는 아니었다. 헬리가 아동정책국 직원을 향해 할 수 있는 일은 “내 새끼 뺏어가지 말라”는 절규뿐이다.
영화의 마지막은 아동정책국 직원을 피해 도망친 무니가 매직캐슬 건너편 디즈니월드로 무작정 달음박질치는 모습이다. 친구 잰시의 손에 이끌린 무니는 디즈니월드 근처에 살았지만 그동안 가볼 꿈도 꾸지 못했던 그곳에 판타지처럼 당도한다. 영화는 무니 앞에 환상 같은 ‘꿈의 궁전’을 보여주며 위로를 선사한다. 낭떠러지에 놓인 사람의 허리에 생명끈을 묶어줄 방법이 있다면 무니의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을 것이란 작은 낙관을 전한다.
고은이 한국경제신문 기자
디즈니월드 내 테마파크만 6개, 호텔은 31개다. 테마파크 중 하나인 매직킹덤의 하루평균 방문객은 5만6000명(2018년 기준)이나 된다. 디즈니월드 하나로만 20만 개 넘는 직간접 일자리가 창출됐다. 전통적 농업지역이던 올랜도는 미국을 대표하는 관광 메카로 급부상했다. 이렇게 관광산업이 발전하면서 도시 전체가 관광객을 위한 테마파크로 변하는 현상을 ‘디즈니피케이션’이라고 한다.
안타까운 것은 이 단어엔 부정적인 뉘앙스가 더 많이 담겨 있다는 점이다. 도시가 고유의 정취를 잃고 관광객만의 놀이터로 변해버린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 원주민들은 소음과 사생활 침해 문제를 호소한다. 상점이 들어서면서 땅값이 오르고 임차료를 감당하지 못해 도시 밖으로 밀려나는 상황도 생겨났다. 쏟아지는 관광객 때문에 주민이 변두리 싸구려 모텔촌으로 쫓겨나는 현상을 ‘투어리스티피케이션’이라고 부른다.
2. 빈부격차가 심해지면 어떤 사회적 부작용이 발생할까.
3. 경제적으로 무능한 부모로부터 아동을 격리해 위탁가정으로 보내는 것에 대해 토론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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