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에 진심" 중국인 식량 위기에…美 수입 늘리는 진짜 이유 [강현우의 베이징나우]

입력 2022-04-09 18:14   수정 2022-05-08 00:01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전 지구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전쟁이 빨리 끝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중국은 러시아를 지지하면서 속된 말로 '똥볼을 찼다'는 평가를 많이 받고 있습니다. 중국이 러시아를 지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러시아가 반미 전선의 핵심 파트너여서일 겁니다. 이렇게 중국의 대외 정책은 모든 게 미국 중심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입니다.
중국, 18년 연속 풍작?

전쟁이 길어지면서 중국에서도 각종 우려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식량 안보입니다. 우크라이나는 유럽의 빵공장이라고 불리는데요, 그만큼 곡창지대라는 얘기겠죠. 중국은 작년에 우크라이나로부터 총 99억달러어치 상품을 수입했습니다. 그중에 광물이 37억달러로 가장 많았고 곡물류가 32억달러로 두 번째였습니다.

중국 정부는 매년 연말이 되면 우리가 올해 식량을 몇억t 생산했다고 발표합니다. 이런 공식 통계에서 식량이라고 하면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합니다. 쌀이나 밀, 옥수수 같은 곡물이 하나고, 콩이 두 번째, 감자·고구마류가 세 번째입니다.

중국의 작년 식량 생산량은 총 6억8000만t이었습니다. 2020년보다 2% 늘었고요. 중국 정부는 18년 연속 풍작이다, 이렇게 강조했고요. 그런데 2020년 말 자료를 찾아보면 당시에는 중국 정부가 6년 연속 풍작이라고 했습니다. 중국에선 이렇게 정부 발표가 달라져도 아무도 토를 달지 않습니다. 그러려니 해야죠.

그런데 주목되는 부분은 식량 수입입니다. 2020년 1억4000만t이던 식량 수입이 작년에는 1억6000만t으로 늘어났습니다. 18%나 늘어난 것이고요. 또 금액으로는 508억달러에서 748억달러로 50%나 불어났습니다. 작년에 브라질에서 가뭄이 들면서 옥수수와 콩 가격이 뛰면서 수입량보다 수입금액이 더 크게 늘었습니다.
인구는 그대로, 식량 소비는 늘어
좀 이상한 건 국내 생산과 수입을 합한 식량 공급량이 8억1000만t에서 8억4000만t으로 4%가량 늘어난 부분입니다. 중국의 인구는 14억명에서 거의 변화가 없었는데 말이죠. 이유를 생각해 보면, 중국 사람들이 소득 수준이 올라가면서 많이 먹게 됐다고 할 수도 있을 거고요.

또 한편으로는 중국 정부가 "우리는 식량 자급 국가다. 식량 안보에 문제가 없다"고 틈날 때마다 주장해 온 게 사실은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또는, 중국이 대만과의 전쟁을 대비해서 식량을 엄청나게 쌓아놓고 있는 것일 수도 있겠죠. 공식 통계상으로는 중국인이 1년 동안 먹을 식량을 비축해 놓고 있다고 합니다.

어쨌든, 전체 공급량에서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17%에서 19%로 올라갔습니다. 식량 자급 국가라고 주장하긴 조금 어려운 수준으로 보입니다.
지도부도 식량안보 강조
식량 수입 비중이 20%에 육박하는데, 우크라이나산은 전체 수입에서 15%를 차지하죠. 그럼 우크라이나산은 중국 전체 식량 소비량의 3% 정도 되겠습니다. 아주 러프하게 계산한 수치이긴 합니다. 이건 분명히 무시할 수 없는 숫자로 보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최근 중국 지도부가 이례적으로 식량 안보를 강조하고 나섰습니다.

시진핑 주석은 농업계 인사들을 만난 자리에서 식량 안보가 국가의 중대사이고, 국제 시장에 의지해서 해결하기를 기대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중국인의 밥그릇은 언제든 자기 수중에 있어야 하며, 밥그릇은 주로 중국 곡물로 채워야 한다, 이런 발언도 했다고 하고요.
음식에 진심인 중국인
시 주석이 밥그릇 얘기를 한 것에서도 느낄 수 있지만, 중국 사람들은 먹는 것에 정말 진심입니다. 먹는 문제를 제대로 해결해 주지 못하면 공산당 체제가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을 겁니다.

이렇게 밥에 진심인 중국은 공산당 중앙위원회와 행정부인 국무원이 공동으로 매년 가장 처음 내놓는 공식 문건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문건을 중앙 1호 문건이라고 하는데요, 2004년부터 19년 연속 중앙 1호 문건의 주제가 농업·농촌·농민의 3농 문제였습니다.

지난 2월에 나온 올해 1호 문건에선 특히 식량 안보를 강조했고요, 그중에서도 종자와 콩 얘기를 했습니다. 종자와 콩은 사실상 같은 얘긴데요, 외국 의존도를 줄이자, 외세로부터 독립성을 높이자는 겁니다. 데이터를 보시면 왜 이런 얘기를 하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두 수입 의존도는 80% 넘어
먼저 콩입니다. 공식 문서들을 보면 대두라고들 많이 쓰여있는데요, 대두는 메주 만들 때 쓰는 콩인데, 콩 중에서도 소비량이 압도적으로 많아서 통계적으로 보면 콩이나 대두가 큰 차이가 없습니다.

앞서 중국의 식량 수입 의존도가 20% 정도 된다고 말씀드렸죠. 그런데 대두 수입 비중은 80%가 넘습니다. 중국은 2020년에 대두를 1억t 넘게 수입했고 작년에는 조금 줄어서 9600만t을 수입했습니다. 작년 중국 내 생산량은 1640만t이었으니까 수입 비중이 85%에 달합니다.

대두는 중국에 콩 요리도 많지만, 각종 장에도 쓰고요, 또 튀기는 게 기본인 중국요리에서 식용유로도 엄청나게 씁니다. 기름을 짜내고 남은 깻묵은 돼지 사료로 쓰죠. 중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돼지고기 가격이 대두에 연동되는 겁니다.

그런데 대두 가격 경쟁력에서 중국산이 브라질산이나 미국산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합니다. 중국이 가격에서 밀리는 게 있다는 것도 놀랍죠. 작년에 중국이 대두를 금액 기준으로 500억달러 넘게 수입했는데, 브라질이 300억달러 미국이 170억달러니까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미·중 무역분쟁이 한창일 때 중국이 미국산 대두 수입을 끊을 수도 있다는 카드를 내밀기도 했는데, 중국인의 식생활을 보면 쉽지 않은 조치고요, 게다가 브라질산 대두도 종자는 카길이나 몬산토가 공급한다는 점에서 결국 미국 영향력 아래 있죠. 중국 입장에선 브라질 의존도를 높이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없습니다.

옥수수는 대두보다는 수입 의존도가 낮긴 합니다. 비싼 국내산 옥수수는 식용으로 쓰고, 싼 수입 옥수수는 사료용으로 쓰는데요. 사료용이라면 돼지 사료고, 돼지고기에 목숨을 거는 중국인들을 생각하면 옥수수 수입 의존도도 줄여야 하는 판입니다. 게다가 중국의 최대 숙적인 미국이 작년에 우크라이나를 제치고 중국의 최대 옥수수 수입국이 된 걸 보면 더더욱 국내 생산을 늘려야 하는 상황입니다.
한국 투자자가 주목하는 룽핑가오커
중국이 이렇게 식량안보를 중요시하고 농업에 대한 지원을 늘린다면 수혜 기업을 찾아봐야겠죠.

먼저 표를 하나 보시면요, 이건 지난 석 달 동안 한국 투자자들이 많이 산 중국 종목들입니다. 1위는 배터리 소재주인 간펑리튬이고요. 이렇게 20위 내에 8종목이 전기차나 전기차 배터리 관련주인데, 5위에 다소 생소한 위안룽핑하이테크, 룽핑가오커라는 종목이 있습니다.

룽핑가오커는 종자를 개발하고 판매하는 기업입니다. 중국의 몬산토를 표방하고 있고요. 현재 중국 증시에 상장된 종자기업 중에서는 규모가 가장 큽니다. 신젠타가 상하이증시 상장을 준비 중인데, 신젠타가 상장하면 아마 1위가 될 것 같고요. 신젠타는 중국중화그룹, 시노켐 산하에 있고요, 시노켐 밑에는 룽핑과 쌍벽을 이루는 토종 종자기업인 중국종자그룹도 있는데 아직 비상장입니다.

룽핑가오커는 중국 잡종벼의 아버지로 불리는 위안룽핑 중국공정원 원사의 이름을 따서 1999년 설립된 회사입니다. 1930년생인 위안 원사는 중국 기근을 해결한 과학자로, 먹거리에 진심인 중국인들의 엄청난 존경을 받았고요, 작년 5월 돌아가셨을 때는 다양한 매체들이 몇 달에 걸쳐서 기획 특집 기사를 내기도 했습니다.
PER은 200배

룽핑은 중국 종자 시장 점유율 1위로 알려져 있습니다. 세계적인 종자기업인 신젠타가 2위인데. 점유율이 룽핑이 2020년 기준 4%, 신젠타가 3%라고 하는 걸 보면 중국 종자산업이 아직 산업으로 불릴 수준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룽핑의 시가총액은 250억위안, 약 4조7000억원 정도니까 중국 증시에선 그렇게 큰 종목이라고 하긴 어렵습니다. 본토증시에서 600위 부근에 있습니다. 주가는 최근 20위안 근처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2000년 상장 초기에 50위안도 넘었고 등락을 반복했고요, 최근 고점은 작년 11월에 찍은 27위안입니다.

실적은 좀 주의해서 봐야 할 부분이, 이 회사가 종자를 외부 농가에 위탁해서 키워다가 판매하는 사업 구조여서 1년 단위로 사업이 돌아가고요, 그래서 매출이 4분기에 집중됩니다. 3분기에는 마이너스 매출이 나오기도 합니다. 파는 것보다 이미 판 것 중에 취소하는 게 더 많은 거죠.

연간 실적을 보면 2020년에 매출 32억위안에 영업이익 2억7000만위안을 올렸고요, 작년 추정실적은 매출 37억위안에 영업이익 3억원 안팎입니다. 이걸 주가에 반영한 주가수익비율은 200배가 넘습니다. 회사 규모는 작은데 커버하는 증권사들은 10개 정도 있고요, 컨센서스는 매출이 올해 42억위안, 내년에는 50억위안으로 커질 것이란 전망입니다.

최대주주는 중국 국유 금융회사인 중신그룹입니다. 국유기업이고 중국이 종자 산업을 키운다는 방침이니까 규제 리스크는 상대적으로 적다고 하겠습니다.

룽핑은 예전에는 벼 종자 사업이 중심이었습니다. 2010년을 전후해서 옥수수 비중을 높이기 시작했고요, 최근 수년 동안은 대두 종자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합니다. 정부 방침에 따른 걸로 보이고요. 매출에서 R&D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25% 정도로 중국 기업치고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GMO도 여는 중국
중국은, 의외로, 유전자변형작물, GMO에 소극적이었습니다. 2000년 세계무역기구 WTO에 가입한 이후 GMO 농산물 시장을 열라는 서방 국가들 요구를 계속 받았지만, 자국 농민들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개방을 미뤄왔고요. 2017년부터 목화 같은 비식용부터 조금씩 열기 시작했습니다. 현재는 돼지사료용 옥수수까지 열었고요. 종자는 아직 아니고 완제품 위주로 열었습니다.

그러다가 작년 말에 GMO 작물 관리 규정 초안을 마련했고 이르면 올해 말부터 GMO 종자 판매를 시작할 계획입니다. 그런데, 중국이 GMO 개방을 이렇게 늦게 한 건 그동안 자국 업체들에 시간을 벌어준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룽핑은 자회사 루이펑바이오라는 회사가 옥수수 GMO를 개발해 놨고 당국의 안전성 검증도 받아놨습니다.

또 사료 전문업체 다베이농이라는 기업이 선전증시에 상장돼 있는데, 여기 자회사인 다베이농바이오테크가 GMO 옥수수를 개발한 상태입니다. 다베이농 시총은 350억위안으로 룽핑보다 100억위안가량 큽니다.

GMO 시장이 완전 개방되기까진 시간이 좀 걸릴 텐데요. 외국 대형 종자기업들이 들어오는 가운데 중국 기업들이 얼마나 점유율을 가져갈지도 관심이 가는 주제라 하겠습니다.
IPO 기대주 신젠타
중국 양대 화학기업으로 중국중화그룹, 시노켐과 중국화공그룹, 켐차이나가 있습니다. 현재 이 두 회사가 합병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합병하면 연 매출이 1500억달러로 독일 바스프와 미국 다우를 합친 것보다 큽니다.


켐차이나는 2017년에 스위스 농업기술기업 신젠타를 인수했습니다. 중국 기업 단일 해외 투자 건으로 최대인 430억달러를 썼죠. 신젠타는 이후 런던증시에서 자진 상장폐지를 했고요.

신젠타는 제초제 같은 작물 보호 부문에서 세계 1위, 종자에선 세계 3위로 꼽힙니다. 인수 다음에는 켐차이나와 시노켐의 농업 부문을 다 신젠타로 합쳤습니다.

신젠타가 작년 7월 상하이거래소에 상장을 신청했습니다. IPO로 조달하는 자금 규모가 650억위안이니까 12조원을 넘고요, IPO 규모가 통상 시총의 20%라고 보면 상장 후 시총은 3000억위안을 넘게 될 전망입니다. 아까 룽핑이 250억위안이니까 12배가 넘네요.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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