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이랜드리테일이 이랜드그룹 지배구조 정점인 사업형 지주회사 이랜드월드에 변칙적 방식으로 자금과 인력을 지원한 사실을 적발해 40억원 상당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을 위반한 이랜드리테일과 이랜드월드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각각 과징금 20억6000만원, 20억1900만원을 부과한다고 10일 밝혔다.
이랜드리테일은 2014년부터 변칙적인 방식으로 자금을 무상 대여하고 인건비를 대신 지급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랜드월드 지원에 나섰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랜드리테일은 2016년 12월 이랜드월드 소유 부동산 2곳을 67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맺고 계약금 560억원을 지급한 후 6개월 뒤 계약을 해지해 자금을 무상 대여했다. 당시 계약 해지에 따른 위약금이 없었고, 잔금지급일에 이랜드리테일이 잔금을 지급하지 않는 방법으로 계약이 해지됐다. 앞서 2014년 6월 발행한 상장전환우선주(RCPS)의 특수관계인 지원 제한 약정으로 이랜드월드는 이랜드리테일과의 상거래에서 발생한 채무(선급금) 중 약 500억원 이상을 2016년 말까지 긴급히 상환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에 이랜드월드는 부동산매매 계약금을 선급금과 상계하는 방안을 기획·실행했다고 공정위는 지적했다.
공정위는 당시 부동산 매매 계약이 대규모 자산 거래임에도 불구하고 이사회 의결 없이 진행된 점, 이랜드리테일 내부적으로 부동산 활용 방안에 대한 검토를 진행하지 않은 점 등 통상의 거래와는 다른 점이 다수 확인됐다고 꼬집었다. 181일간 무상 차입 효과로 이자 비용에 해당되는 13억7000만원 상당의 경제상 이익이 발생했다는 게 공정위의 분석이다.
이랜드리테일은 또한 2014년 7월에는 패션 브랜드 ‘스파오(SPAO)’를 이랜드월드에 이전하면서 자산 양도대금 511억원을 3년 가까이 분할 상환하도록 유예하고 지연이자를 수령하지 않아 사실상 자금을 지원했다고 공정위는 전했다. 지연이자에 해당하는 최소 35억원의 이익을 제공한 셈이란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이랜드리테일은 2013년 11월부터 2016년 3월까지 이랜드월드 대표이사의 인건비 1억8500만원을 대신 지급하기도 했다.
이랜드월드는 국내외에 110여 개(특수목적법인 제외) 계열사를 거느린 그룹의 소유·지배구조 정점이다.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과 특수관계인 등이 지분 99.7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2010년 이후 차입금 중심 인수·합병(M&A)으로 이랜드월드의 자금 사정이 악화된 상황에서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이랜드월드가 변칙 자금지원 행위에 나섰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공정위는 양사가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7호, 제3항 등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향후 금지명령과 과징금 총 40억7900만원을 잠정 부과했다.
공정위는 "계열사 간 변칙적인 자금지원 등 불공정한 경쟁수단을 활용해 시장 지위를 유지하고, 시장의 공정한 거래질서를 저해하는 위법행위를 제재한 점에 의의가 있다. 앞으로도 국민생활 밀접 업종의 경쟁을 저해하고, 건전한 거래질서를 왜곡하는 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공정위의 처분에 대해 "최종의결서를 받은 후 면밀히 검토해 향후 대응 방안을 결정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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