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합성 의약품 개발이 어느 정도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 바이오 의약품뿐 아니라, 천연물 신약도 충분히 난치성 질환 치료의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강세찬 경희대 교수(사진)는 8일 천연물 신약에 대한 국내의 잘못된 인식과 편견을 깨기 위해서는 성공 사례가 필요하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천연물 의약품은 1가지 치료 표적에 집중하는 합성 의약품과 달리 다중 표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바이오 의약품과도 유사하다"며 "또 바이오 의약품에 비해 장기 복용 안전성이 높고, 흡수와 대사 등 약동학적인 면에서도 뛰어나다"고 말했다. 때문에 만성이나 난치성 질환, 바이러스 질환 치료에 이상적이란 판단이다.
강 교수는 천연물 등 'NCNB(Non-chemicals non-biologicals)' 제제가 현대 의학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천연물은 여러 성분을 포함하고 있어 새로운 기전을 발견할 수 있는 잠재력이 높고, 40% 이상의 천연물 함유 성분은 화학합성 방식으로 제조가 불가능해 새로운 신약후보물질을 발굴하는 데도 유리하다고 전했다.
해외에서는 천연물 신약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고, 전문의약품으로도 비중 있게 개발돼 높은 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국내는 일반의약품 위주로 연구가 진행됐고, 개발 성공률이 낮은 분야라는 인식이 팽배하다고 토로했다. 미국에서는 900여종의 신약후보물질, 항암제 20여종을 포함한 40여종의 신약, 200여종의 천연물 유래 물질이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이나 시판을 승인받았다는 것이다.
천연물 의약품 역시 다른 의약품과 동일한 기준으로 임상시험 및 규제당국의 검증을 거쳐 탄생하기 때문에, 천연물 의약품을 민간요법으로 보면 안 된다고 했다. 천연물은 다양한 성분이 함유돼 있다. 때문에 천연물 의약품 개발에서 물질의 모든 성분을 분석해 기전을 규명하고 공정을 표준화해 안전성과 일관된 유효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강 교수는 2000여종 국내 자생 식물에 대한 약학적 유효성 및 안전성을 연구했다. 이를 바탕으로 제넨셀과 에이피알지를 창업했다.
에이피알지는 2020년 설립됐다. 현재 선학초와 오배자 화합물을 가지고 인도에서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을 진행 중이다. 국내 임상 2상도 신청했다. 이 밖에 코로나19 백신 보조제(Adjuvant),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치료제, C형간염 바이러스 치료제, 헬리코박터균으로 인한 위염증 개선제 등을 개발하고 있다.
강 교수는 "천연물은 원료의 재배 환경, 시기, 기원 식물 등에 따라 약물의 효능이나 속성이 달라질 수 있다"며 "원료에 대한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제넨셀과 에이피알지의 장점은 자체 기술력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연구하고 발굴한 원료라는 것이다.
그는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는 제넨셀과 에이피알지의 신약후보물질 모두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항바이러스 기능과 항염증 작용이 뛰어나 함께 출시돼 환자에게 맞춤형으로 처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 중이다. 이들이 코로나19 변이에도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분자 결합(Molecular docking) 분석법 및 시험관(in vitro) 실험 등으로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했다.
강 교수는 "현재 진행 중인 임상과 추가 소재 연구를 성공적으로 완료해, 국내 천연물 신약이 국제적으로도 경쟁력 있다는 것을 입증할 것"이라며 "천연물이 지닌 의약품 원료로서의 매력을 의약계에 널리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에는 다른 천연물 신소재를 활용해 간 및 신장 질환, 암 등을 적응증으로 새로운 임상시험을 할 예정이다.
한민수 기자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