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친코' 호평 일색인데…일본서 '공기 취급' 당하는 이유 [튜브뉴스]

입력 2022-04-09 10:05   수정 2022-04-09 10:27


애플TV+가 1000억 원의 제작비를 쏟아부은 '파친코'에 대한 해외 반응이 뜨겁다. 이 가운데 일본에서는 '공기 취급'을 당하고 있다는 의견이 나와 이목이 집중된다.

동명의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도서를 원작으로 한 '파친코'는 총 8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으며 지난 8일 5회까지 공개된 상태다.

이 작품은 공개 후 미국 비평 사이트 IMDb 평가점수는 10점 만점에 8.4점,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는 98%를 받았다. 롤링스톤은 "'파친코'는 예술적이고 우아한 방식으로 주제를 다룬다. 원작의 촘촘함과 영상물 특유의 장점이 완벽하게 결합한 가족 대서사시", 할리우드 리포터는 "강렬하게 마음을 뒤흔드는 시대를 초월한 이야기", 더 플레이리스트는 "2022년 최고의 작품 중 하나"라고 칭찬했다.


국내외 언론,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애플TV+의 반격이라 꼽히고 있는 이 작품은 한류스타 이민호를 앞세웠음에도 일본에서의 반응은 미지근한 상태다.

'파친코'는 191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격동의 세월을 살아온 재일조선인 가족의 이야기를 그리며 일제강점기 쌀 수탈, 강제노역, 위안부, 관동대지진 학살 등 탄압받는 조선인들의 모습과 일본으로 건너가 현지인들의 멸시와 차별을 견디며 살아간 자이니치(재일조선인)들의 삶을 4대에 걸친 가족사로 풀어냈다.

애플은 이 같은 내용 때문인지 '파친코' 관련 일본 홍보를 자제해 왔다. 이에 대해 일본에서 거주 중인 한일 부부 유튜버 박가네는 ''파친코'가 일본에서 거론조차 안 되는 이유'라는 제목의 영상을 통해 일본 현지인의 시선으로 분석했다.

박가네 채널을 운영하는 오상은 "대한민국에서 히트인데 저희도 모르고 있다가 시청자들로부터 '파친코' 봤냐는 질문을 봤고 보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아내인 츄미코가 일본 사람이지 않나. 츄미코는 낯설고 모르는 내용이 많이 나온다. 민감한 주제를 다뤄 일본과 한국 사람이 느끼는 점이 상당히 차이 나는 드라마"라고 설명했다.

오상은 화제성을 떠나 일본에서는 '파친코'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대한민국 애플 공식 유튜브 계정엔 공들여 '파친코'를 광고하고 있다. 그런데 일본 공식계정엔 예고편조차도 없다. 물론 애플TV+를 가입하면 볼 수 있지만 유튜브에선 '파친코' 관련 영상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일본은 애플 측에 굉장히 중요한 시장 중 하나다. 애플 전체 매출의 7~8%가 일본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오상은 "'파친코'는 일본 사람들이 봤을 때 불편한 내용이 요소요소 숨어있다"며 "자극하면 안 되니 홍보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고 언급했다.

한국에서는 '파친코'와 같은 대작들이 공개되면 많은 유튜버가 줄거리를 편집해 콘텐츠를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일본 유튜버들은 '파친코'를 건드릴 수 없는 이유가 있다고.

오상은 "일부에선 애플이 홍보에 소극적이더라도 일본에도 유튜브가 있으니 보겠지라고 한다. 하지만 일본은 저작권법이 엄격한 곳"이라며 "저작권을 가진 쪽이 아예 홍보를 안 하겠다고 하면 퍼질만한 요소가 없다"고 단언했다.
"'파친코' 불편한 요소 모은 미국의 종합선물세트"
그는 일본 미디어도 '파친코'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구글에서 '드라마 파친코'라고 검색했을 때 나오는 기사는 한류 전문 채널이나 한국 뉴스를 전하는 중소 언론사가 작성한 기사 뿐이라는 설명이다.

오상은 "유명 미디어는 '파친코'에 대해 아예 다루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일반적인 반응은 얻을 수 없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또 '파친코'는 그동안 일본에서 유행했던 한류 드라마와는 다른 결의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일본 넷플릭스 톱10에는 '기상청 사람들', '스물다섯 스물하나', '사내맞선', '서른 아홉' 등 K-로코 작품들이 상위권에 올라와 있다.

오상은 "한류 드라마라고 하면 꽁냥꽁냥한 킬링타임용 드라마인데 '파친코'는 머리를 비우고 볼 수 없고 보는 순간부터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들기 때문에 힘들다"며 "배경지식을 요구하고 있어 (일본의) 한류 팬들의 접근이 상당히 힘들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일본 OTT 플랫폼 순위는 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 순이다. 애플TV+는 순위조차 들지 못했다. 아이폰을 쓰는 사람들은 많은데 애플TV+를 구독하는 사람은 없다. 유튜브에서도 볼 수 없고 애플TV+도 안보니 '파친코'는 일본에서 '공기 취급' 당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상은 '파친코'가 미국에서 제작된 미국 드라마임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에서 한류드라마로 제작했다면 '혐일 드라마'라며 일본 언론에서 난리가 났을 것"이라며 "한일관계를 다룬 드라마지만 미국 드라마다. 그래서 태클을 걸지 못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파친코'를 언급하는 자체가 약점이 되어 버리는 거다. 일본은 불편한 내용을 아예 덮어두고 거부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극 중 주인공 선자(김민하)의 결혼을 앞두고 선자의 모친 양진(정인지)이 쌀밥을 지어주고자 한다. 양진은 자신에게 쌀을 팔지 않겠다는 상인에게 애걸복걸해 어렵게 쌀밥을 지어 딸과 사위에게 먹였다.

해당 장면에 대해 오상은 "일본 사람들이 이해 못할 내용"이라며 "일제시대 식민지 수탈 내용 중 산미증식계획이 있다. 우리는 학교에서 배웠는데 일본은 안 배운다"라고 지적했다. 산미증식계획이란 일제가 조선을 일본의 식량공급지로 만들기 위해 1920~1934년 실시한 농업 정책이다.

츄미코는 "일본 사람이면 옛날 시대라 쌀이 소중해서 저렇게 어렵게 구하는 구나라고 얘기할 것"이라고 거들었다.

오상은 "이 드라마는 한일합병부터 시작해 3.1운동까지 언급된다. 여기서부터 불편해지는 것"이라며 "일본사람들이 불편하게 느끼는 역사, 사회 문제를 직설적으로 디스하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일본 사람들이 불편한 요소를 모으고 모아 미국이 만든 종합선물 세트"라고 했다. 그는 "이걸 봐서 기분 좋은 일본인은 아무도 없고 100% 이해하는 일본인도 없을 것"이라며 "최근 시작한 드라마라 지금은 무시할 수 있지만 더 많은 시즌이 나오고,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갖는다면 일본에서도 이제는 덮어둘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올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애플TV+ 측은 지난달 25일 유튜브 한국 채널을 통해 이례적으로 1회 영상을 무료 공개했다. 해당 영상은 1061만뷰를 돌파하며 화제성을 입증했다. 당초 이달 1일까지만 1회를 공개하겠다고 했으나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오는 11일 오후 3시 59분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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