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대표적 ‘반(反)체제’ 독립 언론인이자 지난해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드미트리 무라토프 ‘노바야 가제타’ 편집장이 달리는 열차 안에서 빨간 페인트로 테러를 당했다.
노바야가제타는 7일(현지 시각) 모스크바 카잔스키발 사마라행 기차가 출발 전, 신원 미상의 남성 두 명이 무라토프 편집장이 탑승하고 있던 객실에 붉은색 페인트와 아세톤이 혼합된 액체를 뿌렸다고 보도했다.
무라토프 편집장은 용의자들이 자신에게 페인트를 뿌리며 "이건 우리 아이들을 위한 것"이라고 소리쳤다고 당시 상황을 밝혔다. 이 사건으로 무라토프 편집장은 물론 열차 객실도 페인트로 뒤덮였다.
다행히 무라토프 편집장은 심한 상처를 입지는 않았다. 그는 노바야가제타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상태를 설명하면서 페인트를 뒤집어쓴 자기 모습과 열차 객실의 상태를 담은 사진을 공개했다.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은 러시아 내무부를 인용해 경찰이 무라토프를 공격한 두 명을 추적하고 있다고 전했다.
피습 당시 신고를 받은 경찰관은 현장에 도착했지만, 용의자 두 명이 곧바로 도망치면서 체포에는 실패했다.
사건의 배후나 동기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일각에서는 러시아 정부나 극우 세력의 사주가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의 비판적 언론인이 살해된 사례가 있는 것도 이런 우려에 힘을 더한다. 무라토프 편집장과 함께 노바야가제타에서 일했던 안나 폴리트콥스카야 기자가 2006년 러시아 마피아에 의해 살해된 바 있기 때문이다.
한편, 러시아 언론 규제 당국은 이미 노바야가제타에 두 번 경고를 내린 상태다. 러시아에서는 언론 매체가 규제 당국으로부터 1년 안에 두 번 경고를 받으면, 법원이 폐쇄를 명령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전쟁’이나 ‘공격’, ‘침공’으로 묘사할 경우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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