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골프클럽 브랜드인 핑(PING)은 2020년 8월 신형 드라이버(G425)를 내놓은 뒤 지금까지도 신제품 출시 계획을 잡지 못하고 있다. 핑의 국내 총판인 삼양인터내셔날 관계자는 “보통 신제품 출시 주기가 18개월인데 일러도 연말께나 새로운 시리즈가 나올 예정”이라며 “출시 가격은 기존 제품 대비 최소 10% 이상 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8일 중고품 거래 플랫폼인 번개장터에 따르면 올해(1월부터 전날까지) 골프용품 거래액은 223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78억원) 대비 185% 급증했다. 판매 건수도 11만9000건으로 1년 전과 비교해 132% 늘었다. 번개장터 관계자는 “검색량도 70%가량 증가했다”며 “신제품 가격이 워낙 오른 데다 상품을 구하기도 어려워지자 중고 거래가 활발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품귀 현상이 지속되다 보니 중고품 거래 플랫폼에선 가격 역전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신제품을 사서 중고 마켓에 팔아도 구매가보다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백화점을 비롯해 골프존마켓, AK마켓 등 골프용품 전문 유통사들은 신형 제품의 경우 대부분 예약제로 판매하고 있다. 공급 물량이 부족하다 보니 2~3년 전만 해도 흔했던 각종 할인이 사라졌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사은품 제공이나 할인 없이 권장 소비자가격 그대로 판매한다”며 “클럽 브랜드들이 유통업체에 대한 공급 가격을 5~10%가량 올린 터라 판매처로서도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다른 상품과 달리 쿠팡, 네이버, 쓱닷컴 같은 대형 e커머스 플랫폼들이 유독 골프용품에 대해선 힘을 쓰지 못하는 것도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꼽힌다. e커머스업계 관계자는 “미국, 일본 등의 제조사와 직접 접촉해 직수입을 시도 중인데 이렇다 할 진전이 없다”며 “제조사들이 유통사들을 대상으로 일종의 물량 경쟁을 유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창사 이후 20억달러를 처음 넘었다. 캘러웨이골프 역시 지난해 31억달러의 매출을 거뒀다. 전년(15억달러)의 약 두 배로 증가한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악성 재고로 곤란을 겪었던 야마하도 최근 골프채 품귀 덕분에 재고를 대부분 털어냈다”고 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제조사들의 상황도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골프용품 수입사 관계자는 “아이언의 주요 재료인 스테인리스강만 해도 니켈 합금”이라며 “니켈은 전기차용 배터리의 핵심 소재여서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세계 3위 니켈 공급국인 러시아에 대한 수출 규제까지 더해 니켈 선물 가격(올 2월 기준)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130% 상승했다.
드라이버 헤드의 핵심 재료인 티타늄 역시 러시아가 전체 생산량의 22%를 차지하고 있다. 산업계 관계자는 “산업용 원자재 대란이 벌어지고 있는 판에 골프용품용으로 니켈, 티타늄이 원활히 공급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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