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독일에서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간 《두뇌의 일(Kopfarbeit)》은 신비로움으로 가득 찬 인간의 뇌에 대한 매혹적인 의학 보고서다. 저자인 페테르 버이코치 교수는 삶과 죽음 사이의 미세한 경계를 넘나드는 뇌신경외과 전문의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이 수행했던 까다로운 뇌수술 케이스와 신경의학 세계를 펼쳐 놓으며, 인간 뇌에 대한 일반인들의 궁금증을 풀어준다.
헝가리 출신인 버이코치 교수는 의사였던 아버지를 따라 의학을 전공했다. 독일 만하임에서 11년간 신경외과 전문의로 일한 뒤 2007년에 39세의 나이로 신경외과 과장을 맡으며 베를린 샤리테병원 역사상 최연소 과장 기록을 세웠다. 현재 샤리테병원 신경외과에서 36명의 의사와 함께 일하고 있다. 그는 신경외과 분야 세계 최고 명의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샤리테병원 신경외과는 1년에 약 5000회의 뇌수술을 시행한다. 특히 버이코치 교수는 뇌졸중, 뇌종양, 우회술, 척추 장애 등의 분야에서 하루 최대 5~6건의 수술을 집도하며 1년에 800여 차례 수술을 책임지고 있다.
뇌수술은 사소한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다. 복잡하고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 오랜 시간 진행되기 때문에 장시간 긴장해야 하는 매우 힘든 수술이다. 모든 과정이 최대 40배까지 확대할 수 있는 미세 현미경을 통해 이뤄진다. 직경이 수백분의 1㎜에 불과한 실을 가지고 수술 부위를 꿰맨다. 사람들은 버이코치 교수와 그의 팀이 기적을 보여준다고 말하지만, 그 기적은 오랜 훈련을 받은 전문가들의 상호 협력, 최신 의학기술 그리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려는 의사들의 의지가 결합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수술실에 들어설 때마다 삶과 죽음 사이의 미세한 경계를 넘나드는 고된 길을 떠나는 기분이라고 설명한다. 수술 중에 생긴 사소한 문제가 환자에게는 심각한 장애를 부를 수 있고, 최악의 경우 환자가 다시 눈을 뜨지 못할 수도 있다. 책에는 의료진이 자신들에게 주어진 어려운 숙제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가장 힘든 뇌수술은 어떤 경우이고 어떻게 진행되는지, 신경외과 의사로서 그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무엇이며, 수술이 성공했을 때와 실패했을 때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등이 솔직하게 담겨 있다. 아울러 진정한 영웅은 자신과 같은 의료진이 아니라 용기와 자신감을 갖고 치료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환자들이라고 추켜세운다.
“환자와의 공감이 어떤 전문가적 지식보다 중요합니다.” “신경외과는 가장 아름다운 것과 가장 두려운 것 사이의 약속입니다.” “성공과 실패 사이의 경계가 이렇게 미세한 곳은 거의 없으며, 그 결과가 이처럼 운명적인 경우도 거의 없습니다.”
생명을 책임지는 의료진의 빛나는 의학적 성취와 함께 위대한 인류애가 잘 어우러진 흥미진진하고 감동적인 의학 다큐멘터리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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