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한 백화점에선 4월 첫째주 내내 11시 개장 시간만 되면 아수라장이 됐다. 백화점 내부를 질주하고 서로를 밀치고 다툼을 벌이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이달 초에 들어서면서 까르띠에의 인기제품 중 하나인 ‘탱크머스트’가 단종된다는 소문이 명품족들 사이에 퍼지면서다.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까르띠에 오픈런을 한 김모 씨(32)는 “며칠째 까르띠에 매장 문이 열리면 뛰어가기를 반복했지만 탱크머스트를 구할 수 없었다”며 “제품을 구할 때까지 오픈런을 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달에 들어서면서 프랑스 명품 주얼리·시계 브랜드인 까르띠에 오픈런이 시작됐다. 탱크머스트 단종설과 일부 제품 인상설이 함께 나돌면서다. 까르띠에는 인기 명품 중 하나로 꼽히지만 샤넬이나 에르메스처럼 자주 오픈런 현상이 나타나는 브랜드는 아니다. 이 때문에 대기 관리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못해 줄을 서지 않고 매장으로 질주하는 행태를 막지 못하는 분위기다.
300만원대인 탱크머스트는 비교적 브랜드 내에선 가격대가 낮은 편이라 까르띠에 제품을 처음 사기 시작할 때 선택하는 ‘입문템’으로 인기가 높다. 시계줄이 가죽으로 된 제품의 스몰 사이즈는 327만원, 라지 사이즈는 344만원에 책정돼 있다. 시계줄을 교체할 수 있어 다양한 디자인으로 연출할 수 있는 점도 선호도가 높은 이유 중 하나다.
단종설은 일부 해외 구매대행을 하는 업자들 사이에서 흘러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주로 까르띠에 제품을 대행해 판매하는 업자 양모 씨(50)는 “탱크머스트 제품이 한국시장에 더 이상 공급되지 않을 것이라는 소식이 돌고 있다”고 전했다.
프리미엄(웃돈)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일부 리셀업자들은 구매자들에게 단종설을 알리며 200만원 가까이 웃돈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인기 명품의 경우 제품이 단종될 경우 프리미엄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경우가 많다. 까르띠에의 경우 과거 국내시장에서 단종된 ‘탱크솔로’ 제품의 웃돈이 100만~200만원 가량 붙었다. 롤렉스에선 ‘헐크’로 불리는 서브마리너 그린 모델은 단종 이후 프리미엄이 치솟았는데, 2017년엔 리셀가 900만원대에 판매됐지만 현재 2000만원대 중후반에 매물이 나와 있다.
한 명품업계 관계자는 “리셀업자들이 확정되지 않은 단종설을 부추기며 웃돈을 올려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탱크머스트 제품의 경우 며칠에 한번씩 매장당 한 점 정도 입고되고 있어 품귀 현상이 일어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5월 인상설도 오픈런을 부추긴다. 결혼을 앞두고 예물을 마련하려는 예비 신혼부부들까지 인상 전 구매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오픈런 분위기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명품 보석 업체들은 봄 결혼철에 맞춰 가격을 줄줄이 인상하는 중이다. 이미 티파니는 지난 1월 주요 제품 가격을 5~12% 올렸고, 부쉐론과 쇼파드도 인상 행렬에 동참했다. ‘송혜교 반지’로 유명한 쇼메와 불가리도 각각 3월과 4월 가격을 인상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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