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톱 20 타이어기업 중 금호타이어만 적자다.”
금호타이어 대주주 더블스타가 지난달 열린 미래위원회에서 노동조합에 전한 메시지다. 3400억원을 들여 베트남 공장을 증설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투자를 압박하고 있는 노조에 사실상 불가 방침을 전달한 것이다. 노조는 “광주공장에 투자하지 않으면 법적 절차를 진행하겠다”며 강경 투쟁을 예고했다.
높은 원가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해외 생산에 사활을 걸고 있는 금호타이어가 노조와 잇단 파열음을 내고 있다. 국내 양대 타이어기업이지만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지난해 6422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반면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41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해외 생산 기지가 적은 금호타이어가 다른 업체보다 물류비와 원료 가격 급등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는 평가다. 금호타이어는 해외 생산망 구축을 서두르고 있지만 최고 강성으로 꼽히는 노조 설득이 과제로 떠올랐다.
8일 타이어업계에 따르면 금호타이어가 3400억원을 투자하는 베트남 공장 증설이 내년 1분기 완료될 예정이다. 증설을 마치면 금호타이어의 해외 생산 능력은 연간 3000만 개로, 약 2800만 개인 국내 생산 능력을 처음으로 넘어선다. 한국타이어의 해외 생산 비중이 이미 60%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금호타이어는 국내(광주·곡성·평택) 생산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반덤핑 관세율이 낮은 베트남에서 미국 수출 제품을 생산해 수익성을 높이려 한다”고 말했다.
올 1월에는 정일택 금호타이어 사장이 직접 사우디아라비아로 날아갔다. 타이어기업인 블랏코와 현지 합작법인 설립 양해각서(MOU)를 맺기 위해서다. 금호타이어는 “블랏코 공장에 기술을 이전하는 정도”라는 입장이지만 유럽과 가까운 현지 신설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호타이어가 해외 생산망 구축에 공들이는 것은 높은 원가가 경영 정상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호타이어의 매출원가율은 지난해 82.3%에 달했다. 한국타이어(72.7%)보다 10%포인트가량 높다. 매출원가율이 높다 보니 영업이익을 못 내고, 현금 창출력이 떨어져 투자도 부진한 악순환에 빠졌다. 일본 브리지스톤의 매출원가율은 59%에 불과하다.
원가 중에서도 특히 물류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금호타이어의 운반비는 2020년 1510억원에서 지난해 3270억원으로 급증했다. 7753억원에서 1조1683억원으로 50% 늘어난 원재료 매입비와 함께 실적 악화의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업계 관계자는 “타이어는 무거워서 배로 옮길 수밖에 없는데, 코로나19 이후 부르는 게 값인 선임 때문에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라며 “한국타이어는 헝가리 공장을 활용해 유럽 수요에 즉각 대응하며 물류비 급증을 피해간 반면, 금호타이어는 유럽 수출을 거리가 먼 국내와 베트남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노조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강성인 국내 노동계에서도 가장 강한 조직 중 하나로 꼽힌다. 회사가 해외 생산에 속도를 내자 벌써부터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노조는 최근 회사가 광주공장의 일부 물량을 베트남으로 이관하려 했다며 담당 임원을 찾아가 화분을 부수는 등 강력 항의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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