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견 후원 사기, 수사할 의지 없나"

입력 2022-04-08 17:38   수정 2022-04-08 23:57

CJ대한통운 택배기사가 아픈 반려견을 내세워 거액의 후원금을 챙겨 달아난 이른바 ‘경태 사기 사건’ 수사가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피해자들의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온라인 후원 사기 사건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대다수 수사가 공회전하는 경우가 많아 경찰의 늦장 수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8일 경찰 등에 따르면 CJ대한통운 마스코트 택배견 ‘경태’(사진)와 유튜버로 활동한 택배기사 김모씨는 지난해 SNS에 계좌를 공개하고 “사고로 택배 일을 못해 반려견 ‘경태’의 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다”고 호소해 후원금을 받아 챙긴 뒤 잠적했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최근 사기와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로 김씨를 입건했으나 아직까지 정확한 피해 규모와 김씨의 소재를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피해 금액이 수천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원금을 가로채는 온라인 사기 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다. 2020년 1월 전남 여수에서 사설 유기동물보호소를 운영하며 후원금을 모은 정모씨가 돌연 SNS 계정을 닫고 약 1억원이 든 후원금 통장을 들고 도주했다.

온라인 후원 관련 범죄가 반복되는 배경에는 법률의 허점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반려묘 유튜버 채널 ‘갑수목장’을 운영하는 박모씨는 유튜브의 슈퍼챗(실시간 후원금 모금)을 통해 유기동물의 입양·처우 개선을 내세워 7개월간 1700만원가량을 받아 사기·기부금품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입건됐으나 지난 2월 무혐의 처분됐다. 명확한 목적을 밝히고 공개 장소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금품을 모집해야만 기부금법을 적용해 처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후원자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줬다면 증여가 된다. 권대근 법무법인 지유 변호사는 “개인과 단체가 기부금품 모집·사용 계획 등을 사전 신고하지 않고 1000만원 이상을 모집하면 원칙적 처벌 대상”이라면서도 “실제 사건에선 후원금이 기부금 요건에 해당하지 않거나 개별 후원자들의 진술이 엇갈리면 기소가 이뤄지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소현 기자 y2eon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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